2세들 “국적이탈 너무 어렵다”

▶ 출생신고 먼저 해야… 부모 이혼·국제결혼 사실상 힘들어

▶ 전종준 변호사 “국적이탈 허가제 아닌 자동 상실제 해야”

전종준 변호사는 18일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국적이탈 허가제가 아니라 자동 상실제 채택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났더라도 당시 부모 중 한명이 한국국적을 갖고 있으면 자동적으로 한국국적을 갖게 된다. 대부분 이러한 사실을 모를 뿐더러 ‘선천적 복수국적’이라는 말도 생소하기만 하다. 그러나 연방정부에 취직하거나 사관학교, 군대에 갈 때 자신이 복수국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신분조회에서 복수국적이 아니라고 답했다가 나중에 거짓말로 밝혀져 불이익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가운데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 전에 국적이탈을 해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만 37세까지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 이에 시기와 상관없이 언제든 국적이탈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청원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아예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사례도 있어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8년간 7번의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선천적 복수국적의 문제점을 제기해온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는 한국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적법 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적이탈을 위해서는 먼저 한국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지만 출생신고 절차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이다. 출생신고를 위해서는 부모의 인적사항이 필요한데 국제결혼의 경우 외국인은 주민등록법상 출생신고가 없다. 또한 부모가 이혼을 해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출생신고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종준 변호사는 “이렇게 출생신고가 불가능해 국적이탈을 할 수 없는 사례가 발생했지만 헌법재판소는 한인 2세의 출생신고는 부모의 의무라며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 6월에 제기한 제6차 헌법소원의 당사자인 엘리아나 리 씨는 공군에 입대하고 나서 자신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것을 알게 돼 국적이탈을 하려고 했으나 부모가 이혼을 해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가 없어 출생신고를 못해 국적이탈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청구기간이 지난 케이스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전 변호사는 이혼한 아버지의 인적사항이 없어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국적이탈도 못하게 된 제닛 최의 사례를 통해 지난 8월, 제7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전 변호사는 “국적이탈의 자유는 부모가 아닌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 본인의 기본권이므로 부모의 대리에 의한 국적이탈은 자기 결정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사전심사를 한 달 만에 통과시켜 본안심리로 넘겼다. 그러나 지난 5차 헌법소원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4년이 걸렸던 만큼 이에 대한 결정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다.

전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내렸다면 오늘 당장 연방정부에 취직하는 한인 2세가 ‘이중국적자가 아니다’라고 신원조회에 표시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져 내년 9월 한국 국회에서 새로운 국적법이 통과될 때까지는 불편하고 불안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국회에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가 통과된다고 하더라고 출생신고를 못해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한인 2세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의 해법은 국적이탈 허가제가 아니라 자동 상실제 채택”이라고 강조했다.

연방정부 신원조회에서도 국적과 관련된 질문은 ‘지금 이중국적인가’를 묻는게 아니라 ‘이중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가’를 묻는다. 이에 전 변호사는 “차라리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다시 홍준표 법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인 2세의 공직이나 정계진출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5년 제정된 홍준표 법은 과거 자동적으로 국적이 상실됐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국적이탈의 의무를 부과했다. 원정출산과 병역기피를 막겠다는 취지였으나 엉뚱하게도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유제원 기자>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211121/1390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