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사람은 언제나 시간이 안가고 초조하며 애가 타는가 보다.
한국에 가서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을 한 지도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언제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이 나고 그 결과는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이 끊일 줄 모른다.
한국에 다녀온 후, 기사를 통해 내가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 참여하였다는 소식을 접한 후 뉴욕에 사는 한 부모가 아들이 사관학교 입학을 했는데 복수국적자라고 해야 하는지 여부를 애타게 문의해 왔다. 몰랐을 때는 여기에서 태어났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을 알고난 후, 많은 분들은 더 혼동에 빠졌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 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언론은 지난달 공개변론을 “국적이탈의 자유 침해” 대 “병역 기피 악용”의 대결로 보도하였다. 과연 선천적 복수국적 이슈는 병역 기피 악용 우려의 케이스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병역의 문제가 아닌 한인의 인권 문제이며, 또한 한국의 국익에 관한 이슈이다.
이곳 동포들은 나에게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라고 묻는다. 감이 있지 않냐고 하는 것이다. 솔직한 나의 마음은 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에 대해 긍정적인 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헌법재판관의 질문을 들여다보면 사건에 대한 재판관의 심증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이번 공개변론에서 질문을 주도한 이석태 재판관이 법무부 측에 질문한 내용을 살펴보면, 이제 헌법재판소도 그동안의 법무부 주장이 근거없다고 보고 있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재판관은 “미국으로 이민 가 영주권을 받으면 남자는 병역 연기를 할 수 있고 결국 38세가 되면 병역의무가 해소된다”는 설명을 한 뒤, 법무부 측에 “이처럼 영주권자도 사실상 병역과 무관한데 어떻게 미국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기회주의적으로 병역의무를 면탈할 수 있는지 그 사례를 말해 보라”고 질문하였다.
이에 대해 법무부 측은 대답을 못한 채 “나중에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법무부 측이 주저한 이유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병역 기피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재판관의 질문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국적이탈을 허용할 경우 병역면탈의 우려가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15년 동안 되풀이 해 온 법무부의 정곡을 찌른 것이다.
원래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생활의 근거지가 미국이며 또한 한국 법에서도 병역 연기를 통해 병역 의무를 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기에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사실상 병역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우리 측 주장이었다.
그러므로 홍준표 법이 미국에서 태어나고 한국에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만 18세가 되는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의무화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38세까지 국적이탈을 불가능하도록 정한 것은, 국적이탈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법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영주권을 받고 미 시민권자가 된 후천적 복수국적자도 병역의무가 없는데, 왜 미국에서 태어나 한국 호적에도 이름이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는 18세가 된 해의 3월 31일 이전에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공직진출을 막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병역 기피 악용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기에 법무부 측에서 설득력 있는 서면 제출을 못할 것으로 생각되고, 이는 헌법재판소에서는 위헌 결정을 내리는 데 근거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추측하건대, 법무부는 앞으로 몇 달 안에 헌법재판소에 서면을 제출하여야 하고 이를 근거로 올해 중반기 정도에는 결정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공개변론 후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사례마다 다르지만 보통 6개월에서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피해가 급박한 상황을 진지하게 고려해 줄 것을 기대하므로, 올해 중에 결론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연 헌법재판소는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전종준 / 변호사, V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