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의 하루

▶ 발언대

앞으로 일주일 남았다. 이달 12일 오후 2시 한국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있을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공개 변론이 다가오고 있다. 이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해 국적이탈제한을 두고 있는 국적법 규정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2016헌마889)에 관한 공개 변론이다. 일반적으로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하고, 사회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등 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건에 대해 공개변론을 연다. 작년에 헌법재판소에서 공개 변론을 한 케이스는 총 4건에 불과하다. 올해도 현재까지 3번의 공개 변론을 진행하였으며 이번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헌법소원의 공개 변론이 올해의 4번째이자 마지막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공개 변론에 앞서 법무부 측와 우리 변호사 측에 각각 1명의 참고인을 추천하라고 하였고, 변론요지서와 참고인 의견서 제출도 요구하였다. 이처럼 공개 변론을 개최하기 전에 사전 준비 작업이 많은 관계로 일년에 4건의 케이스만 공개 변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번 공개 변론은 2013년 제1차 헌법소원 이후 6년 만에 이루어지게 된 것으로써 한국과 해외동포 사회에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헌법재판소에서의 하루는 매우 뜻깊은 날이 될 것이다.

12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진행될 공개변론에서는 청구인인 크리스토퍼 멜베이군(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다문화가족 선천적 복수국적자) 사건을 통해 ‘원정출산과 이민출산의 분명한 차이’를 밝히면서 홍준표법의 위헌성을 강력히 다툴 예정이다. 홍준표 법의 가장 큰 문제는, 첫째, 한국 호적에 올리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포함하는 것과, 둘째,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38세까지 한국 국적 이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준표법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국적이탈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에 위배되는 법인 것이다.
이에 법무부의 주장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원정출산자나 병역기피자)의 병역기피로 인한 병역자원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기에 홍준표법은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해 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개 변론에서는 청구인과 같은 외국에 생활근거를 두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병역과 무관하고 한국에서 혜택을 받을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여 병역자원의 손실 방지나 기회주의적 병폐 방지 등과 무관하다는 것을 밝히고자 한다.

더욱이 해외에서 태어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주된 생활 근거가 되는 국가에서 선출직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반직 공무원(교사, 소방관, 군인 등) 혹은 사관학교 진출에서 복수국적으로 인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미국에서 신원조회를 할 때, “복수국적을 가진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본인이 선천적 복수국적자인지 모르고 ‘아니오’를 체크하거나 알더라도 불이익을 염려하여 ‘아니오’를 체크한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에 고의가 아닌 경우에도 사후에 위증혐의를 받을 우려가 있다. 공직생활 중 지속적으로 신분확인 과정이나 승진, 중요 보직 임명에 있어서도 불이익이 예상된다. 지난 15년 동안 미주 해외동포와 2세의 현실을 모르고 외면한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법규정을 해외동포뿐만 아니라 한국을 위해서도 꼭 고쳐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이런 점에 대해 법무부 측은 공직 진출을 못하는 것은 설령 제한된다고 하여도 단순히 간접적, 부수적 효과에 불과하다고 하나, 나는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고 밝힐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2016년 판결에서 공직 진출을 못하는 것은 “극히 우연적인 사정”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이번에는 어떻게 판단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개 변론을 통해 세계화에 역행하는 홍준표법의 문제점이 부각되면, 차후 국회에서 국적법을 개정함에 있어서도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의 국가 경쟁력 강화를 간절히 바라기에 헌법재판소에서의 하루가 기대된다.

<전종준 / 변호사, VA>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191204/1283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