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정부가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자녀의 국적이탈 연령을 18세에서 25세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허나 법 개정에 대한 진정성과 실현 가능성 여부가 도마위에 올라왔다. 그 이유는 얼마 전 혼혈인인 크리스토퍼 멜베이군의 5차 헌법소원의 결정을 앞두고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보충서류 제출을 요구한 바, 헌법소원의 결정이 임박한 시기와 맥락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홍준표 법이 실행된 지 거의 15년이 되었고, 내가 헌법소원을 5년 동안 5차에 걸쳐 진행하는 동안 정부나 국회는 “부정적 국민정서”만 외치며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70년간 유지 되어온 혈통주의 바탕의 국적법에 대한 일련의 한국정부와 국회의 생색내기식 대책 발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현재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첫째, 국회의원도 모르는 복잡한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한국인과 해외동포는 알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볼 수 있듯이 국회의원 조차도 장관 후보자의 아들이 과연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되는지 그리고 국적이탈 시기는 언제인지 몰랐다. 그런데 어떻게 일반인이나 전 세계 한인 2, 3세가 제대로 홍보되지도 않은 어려운 홍준표법을 알 수 있단 말인가!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한 선천적복수국적자의 정의를 간략히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부계 혈통주의”에 의해 1983년 5월 25일생 이후 출생한 남자는 출생 당시 아버지가 한국국적을 가졌으면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부모 양계 혈통주의”로 개정되면서 1998년 6월 14일 이후 출생자는 출생당시 부모 가운데 한명이라도 한국 국적일 경우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부여된다. 따라서 5차 헌법소원은 미국 아버지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 출생한 혼혈인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또한 2010년에는 국적자동상실제도가 폐지 되어 1988년 5월 5일 이후 출생한 한인 2세 여자도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부여되어 여자들까지도 사관학교나 공직진출이 가로 막히게 되었다. 갈수록 더 악화되고 복잡해지는 선천적 복수국적법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것은 한국 영사관도 예외는 아니다.
둘째, 해외 한국 영사관의 비전문성이 심각한 피해와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홍준표법의 홍보와 집행을 맡고 있는 한국 영사관의 일관성 없는 비전문성과 행정적 헛점이 한국과 한국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와 손해를 야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 재일동포가 자신의 일본인 2세 아들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란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일본에 있는 전 한국 영사관에 문의를 했다. 그런데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정의도 몰라서 법무부에 알아보고 연락주겠다고 한 곳도 있었고, 생소한 설명을 여러번 요구했으나 영사관마다 답변이 달랐다고 한다. 국적이탈의무를 몰라서 못했는데도 한국 호적에 올려야 한다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고, 오직 한 영사관만 출생신고를 신중히 하라고 자문해 주었다고 한다. 여러 영사관에서는 부모 실수라고 야단치며 마치 죄인 취급하면서 도와줄 수 없다고 불친절하게 말했다고 한다. 더우기 영사관 마다 국적이탈 구비서류가 달랐고, 관할 지역도 어디로 가야하는지 분명하게 알려주지 못해서 결국 아들은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고 한다.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의 영사관도 마찬가지다. 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워싱턴 총영사관에 문의하니, 어머니가 거주하는 LA 총영사관으로 가라 하고, LA 에서는 워싱턴에서 하라고 했다. 한 영사관에서는 18세에 국적이탈을 놓쳐서 38세까지 한국국적 이탈이 불가능한 미 해군장교에게 왜 한국 출생신고를 강요했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해도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잘못된 국적법의 위헌성과 잘못 적용하는 영사관의 비전문성 때문에 땜질식 임시 방편인 한국정부의 25세 상향 조정이나 이종걸 의원의 임시 구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는대로 정부나 국회는 원정출산이나 병역기피자가 아닌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위한 국적유보제나 국적자동상실제도를 채택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바로 한국과 한국인을 위한 선진 세계화의 길이기 때문이다.
<전종준 변호사, VA>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190522/1248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