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헌법재판소에서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에 대한 헌법소원을 승리한 뒤, 올해 6월에는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의 불이익에 대한 6차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사연인 즉,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 여성인 엘리아나 민지 리는 미 공군 입대 과정에서 신원조회를 할 때 복수국적자가 아니라고 표시했으나, 얼마 뒤 한국 국적법에 의해 여성도 복수국적자가 됨을 알게 되어 거짓 진술을 한 것이 되고 말았다. 또한 부모가 이혼을 하여 아버지의 행방을 알 수 없어 한국 국적을 이탈을 하려고 해도, 아버지 서명을 받을 수 없어 국적이탈도 불가능하여 결국 공군 입대를 포기하였다.
엘리아나 양이 제기한 헌법상 보장된 국적이탈의 자유, 양심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기본권 침해를 안날로부터 90일이 경과되었다는 절차상의 이유로 2021년 7월 13일 사전심사에서 각하결정을 내렸다.
즉 엘리아나 양이 공군 입대를 포기한 1월 부터 90일 안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은 선천적 복수국적자 여성의 공직이나 정계 진출을 막는 국적법의 불합리성와 침해의 현재성을 외면하고 본안 심사를 포기한 ‘반한국적 결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동종의 기본권침해가 반복될 위험이 있고 또한 지금 현직에 있는 여성 중 신원조회시 이미 복수국적이 아니라고 거짓 진술한 것으로 판명될 경우 앞으로 심각한 사태가 예견되는 바, 헌법상 판단의 필요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성도 문제가 된 이유는 2010년 국적법 개정으로 해외 태생 여성이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22세가 지나면 국적이 자동 상실되던 ‘국적 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되어 병역의무도 없는 선천적 복수국적자 여성에게도 ‘국적이탈의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6차 헌법소원에 대한 각하 결정이 나온 뒤, 지인과 점심을 같이 했다. 지인은 14세 때 미국으로 이민와서 영주권자로 살면서 조국을 사랑하는 의미에서 시민권 따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결혼 후 딸 둘을 두었는데, 큰 딸은 20세, 둘째 딸은 18세가 되었는데 시민권을 미리 따지 않아 딸들이 복수국적의 족쇄를 차게 되었다며 황당해 했다. 애국이라고 생각하고 한 행동이 아이들의 공직 진출을 막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떤 지인은 내가 진행하는 “모든 헌법소원은 변호사 비용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현재 8년째 선천적 복수국적 이슈로 6차의 헌법소원을 하면서 나는 변호사 비용을 받은 적이 없다. 무료 봉사를 한 것이다. “무엇 때문에 자신의 비용을 쓰면서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지만 난 누군가가 꼭 해야하는 일이라 믿고 그 일이 내 앞에 맡겨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작년에 헌법소원에서 승리한 뒤, 몇 한인 단체에서 상을 준다고 하였으나 난 거절했다. 다 끝난 것이 아니고 아직도 이 일은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현재 찾고 있는 피해 여성의 조건은 첫째, 아버지가 영주권자였으면 1988년 5월 5일 생 이후 여성, 또는 부모 중 한쪽만 영주권자였으면 1998년 6월 14일 생 이후 여성 중 최근 90일 안에 복수국적으로 인해 공직이나 정계진출 등에 불이익을 당한 여성. 둘째, 부모 중 쪽이 사망, 이혼, 또는 다문화 가족으로 한국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여성(참고로 만 18세 미만의 남성도 포함) 등이다. 피해 제보를 [email protected] 으로 보내주면 새로운 피해자를 통해 또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하루속히 국회에서 ‘국적자동상실제’를 다시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국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작년 9월 결정에 따라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에 관한 국적법 개정을 내년 9월 30일까지 해야 하는데 이번 기회에 선천적 복수국적 여성까지 포함하여 함께 세계화에 부응하는 국적법으로 개정하길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이 이슈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한인 2세들이 해외에서 마음껏 자기의 능력을 펼쳐 한국과 한국인을 세계에 떨쳐 진정한 애국을 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전종준 /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