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토론회를 다녀와서

국회토론회를 다녀와서

한국을 다녀왔다.
미주동포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인 선천적 복수국적문제를 가지고 국회에서 열띤 토론을 하였다. 그동안 4번이나 헌법소원을 하였어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던 이슈가 드디어 국적법 개정의 포문을 열게 된 것이다.

이번 토론회는 김성곤의원이 주관을 하고 내가 주 발제자로 발표를 한 뒤 법무부와 병무청 그리고 한국국적법 전문 변호사와 뉴욕 단체회장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주제 발표에서 “오늘의 토론회는 공개토론인데 실은 비공개토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왜냐면, 한국 국적법을 미국 정부나 정치인 그리고 미국인이 알게 되면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들은 미 공직진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출생 당시 부모 중 한사람이 한국 국적이면 자녀는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되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런 자녀는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31일까지 국적 이탈을 하지 않으면 38세까지 한국국적 이탈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한인 2세는 이런 한국 국적법 규정을 알지 못하고 또한 한국정부도 통보를 해 준 적이 없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한인 2세가 사관학교나 공직에 진출하려면 신원조회(Security Clearance)를 해야 한다. 신원조회의 질문지에는 “현재 복수국적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복수국적을 가진 적이 있냐? (Do you now or have you ever held dual citizenships?) 라는 질문이 있는데, 한인 2세는 이 질문에 “예, Yes” 라고 하여야 한다. 국적이탈을 한 자는 한국호적에 출생신고를 한뒤에 국적이탈을 했기에 이미 복수국적을 가진 적이 있는 자가 된다. 반면에 국적이탈을 하지 않은 자는 38세까지 한국 국적을 가지게 되어 현재 복수국적자가 되는 것이다.

즉 국적이탈을 하건, 하지 않건 상관없이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는 무조건 복수국적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만약 “No” 라고 표시한 자는 차후에 위증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따라서 국회토론회는 비공개가 되어야 한다고 했으며 국적법의 개정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며 특히 미국 정부가 알기 전에 개정되어야 한인 2세의 불이익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나의 주제 발표가 끝난 뒤, 법무부 사무관은 현행법은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구법에 의하면 만 18세되는 해에 국적이탈을 해야 하나, 홍준표법 때문에 3개월이 더 늘어난 3월 31일까지 할 수 있어 오히려 선천적 복수국적자에게 유리한 법이라고 했다. 또한 한국정부는 국적이탈에 관한 홍보를 지속적으로 했으며 현행법은 한국인의 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기에 개정 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나는 보충답변을 통해 법무부 관계자의 말을 반박하였다. 2013년 9월 3일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접수한 이틀 뒤에 법무부에서는 전 공관에 국적법과 병역법에 대한 홍보물 배포 훈령을 내린 기사를 공개해 주었다. 그리고 1998년 대통령 시행령 12조에 의해 호적에 올리는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병역과 무관했는데, 홍준표 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 그 시행령이 증발되었으니 개정입법으로 다시 회복하여야 한다고 했다.

헌법소원을 한 변호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외교통상부의 영사담당 국장이 의례적으로 참석하여 보충 발언을 통해 한인 2세의 공직 진출 장애에 대한 민원을 많이 받고 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고,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도 참석하였다.

석동현 이민법학회 회장은 한국국적법을 만든 사람으로서 홍준표법안의 적용범위가 너무 확대되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다른 병무청 관계자는 형평성의 원칙때문에 법개정은 힘들다는 식으로 방어하였다.

약 3시간 30분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나는 맨 마지막으로 약간 언성을 높히면서 “내가 군대면제 해달라고 했어요? 그들은 이미 군대가 면제된 사람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왜 자꾸 국민정서가 나오고, 형평성의 문제가 나오는 것인가요? 단지 만 18세가 되는 해에 국적이탈을 해야 하는 법을 모른 것 뿐이다”라고 일침을 가하면서 마무리했다.

김성곤의원은 “만 18세에 국적을 선택할 때 한국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말소하게 되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그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번 토론회 이후, 김창준 의원도 합세하여 “제 2의 김창준”을 막는 국적법을 개정하는데 앞장서겠다고 했고, 또한 나경원 의원은 워싱턴 한국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에 대해 질의하기도 했다.

결국 선천적 복수국적의 이슈는 해외동포만의 문제이거나, 혹은 여당, 야당의 문제도 아닌 대한민국의 이슈이다. 하루속히, 국적법 개정에 관한 양당 공동발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