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언어로 마음을 여는 유띵킹

같은 언어로 마음을 여는 유띵킹

2016년 미국 대통령 후보로 라틴계 상원의원이 떠오르고 있고, 라틴계 아내를 둔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도 거론되고 있다. 그만큼 미국에서는 스페니쉬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스페니쉬어가 제 2 외국어로서 큰 자리를 잡고 있다.

우리의 이민 역사속에도 몇년 전부터 등장한 그들은 이제 식당이나 세탁소 혹은 건설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과의 소통을 위해 14년전부터 여러 단체를 통해서 서반어어를 가르치고 있는 조영길 강사를 만났다. 나는 식당에 갔을 때 물을 따라주는 스페니쉬 종업원에게 “고모스타”라고 인사를 하는 습관이 있다. 갑자기 반가워하며 웃고 환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그들을 보며 역시 같은 언어는 사람을 묶어주는 묘한 힘이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조영길 강사는 고등학교시절 그당시 세계일주 무전여행으로 유명했던 김찬삼씨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고 한다. 김 찬삼 교수는 전교생이 모인 강당에서 여러분도 세계일주를 하고 싶거든 영어와 서반어어를 배워야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 강연을 듣고 감동을 받았던 조 영길 강사에게 다른 선생님은 서반어어의 중요성을 말씀하셨고 조 강사에게 외대 서반어과를 가라고 조언해 주셨다.

그 후 남미에서 10년을 지낸 후 미국에 온 조강사는 한국식당에 갔다가 한인 종업원이 스페니쉬 종업원에게 “야” “자” 하며 막 대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같은 이민생활에 언어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렇게 무시하고 홀대하는 모습을 보고 저들이 먼저 스페니쉬어를 배워 대화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스페니쉬인들은 주로 시골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영어도 안되고 한국말도 안되어 너무 힘든 생활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가끔 미국인이 우리에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면 반갑고 친근감을 느끼곤 한다. 그만큼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사람을 가깝게 만든다는 것이다.

14년 전에 시작한 스페니쉬어 강의는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와서 배우고 있으며 특히, 식당주인 혹은 마켓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큰 마켓에서는 조 강사를 초청하여 마켓안에서 종업원 모두를 위하여 강의를 부탁하기도 한다.
고용주들은 스페니시어가 안되고 그들은 한국어나 영어가 안되니 자그마한 일에도 오해가 생겨 불화가 일기도 한다. 문화차이가 큰 그들과 우리에게 언어장벽까지 있어 생겨나는 일인 것이다.

남미에서는 사람을 만날 때, 직업의 귀천이나 아래위가 없이 무조건 악수하고 안아주고 난 후, 일을 시키거나 대화를 시작한다. 그러나 우리 한국사람들은 만나면 무조건 일부터 지시하니 그들은 주인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잘못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식당 주인은 스페니쉬를 배운 후 그들과 같은 언어로 간단하게나마 대화를 시작하니 그들이 뒤에서 수근거리는 것도 줄어들고 식당 분위기도 한결 좋아졌다고 한다.
그만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놀라운 힘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고용주들로부터 스페니쉬 종업원에게 너무 잘해 주었는데 그들이 나가서 고소를 하였다고 마음 상해하는 분들을 본다. 그러나 문화가 틀린 그들은 잘해준 것은 잘해준 것이고, 잘못한 부분은 고소를 한다고해서 이상해 하지않는다는 것이다.
정 문화에 익숙한 우리는 의리를 중요시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별개의 문제로 본다는 것이다.

영어를 하는 우리에게 스페니쉬어는 배우기가 어렵지 않다고 한다. 어순이 영어와 비슷하며 문장 그대로 읽어주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백인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미국이지만 10여년이 지나면 라티노들이 주류사회의 대세를 이루고 있을거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제 그들과 더불어 잘 살려면 우리가 먼저 언어로 손을 내밀고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라틴 음악을 즐기며 같은 공간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언어를 가르치고 시간을 쪼개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즐겁게 공부하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눌수 있다는 유띵킹의 마음이 조 강사를 오늘도 즐겁게 한다. “스페니쉬 한마디” 라는 책도 펴내고 말과 문화를 가르쳐 한인들과 스페니쉬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있는 그가 큰 일을 하고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은 스페니쉬 말 한마디가 서로의 마음을 열고 이웃을 유띵킹 하는 방법인 것이다.
머지않아 이곳에서 말의 힘을 발휘하여 그들과 우리가 하나가 되어 같이 윈윈 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