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희망 바이러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하다.
수없이 걸려오는 전화, 변호사 사무실은 문 열었나요? 이민국 수속은 진행되어 가고 있나요? 거기다 지인들로부터 들려 오는 한숨소리까지. 미국은 안전할 거라고 믿었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공포와 불안의 시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다. 학교는 이번 학기까지 닫아 버리고 소상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들도 거의 다 닫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전례 없는 상황에 각 나라의 지도자들도 갈팡질팡 갈 길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같이 일을 하고 친구들과 만나며 가끔 식사라도 하면서 담소를 나눴던 시간들이 이제는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시간이 되어 가고 있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를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것을 예상하라”고 하는 값진 교훈을 귓등으로만 들었던 대가가 이렇게 큰 재앙으로 닥쳐올 줄이야! 이 재앙의 거친 파도는 우리의 의식주와 취업, 경제활동 뿐만 아니라 이민법 상 신분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조리 삼켜 버리려 하고 있다.
나의 변호사 생활 30년 동안 이민국과 미 대사관이 임시 업무 중단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으로서는 4월 1일까지 이민국 인터뷰나 지문 찍는 날짜가 전부 취소된 상태이고, 미 대사관도 비이민비자와 이민비자 인터뷰를 취소하였다. 미 이민국이나 대사관이 언제 다시 업무를 재개할지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얼마나 더 악화되는지에 따라 결정되리라고 본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모든 이민 수속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지연은 거절이 아니다. 비록 이민국의 서류 심사에 지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승인만 된다면 거절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인터뷰가 취소되었거나 이민국에 서류 제출 마감 일을 놓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요즘과 같은 상황은 천재지변과 같이 예상하지 못한 특별한 사정으로 인정되어 이에 준하는 구제책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절대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성실하게 서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2차 대전 후 많은 사람들은 경제적인 어려움보다는 공포로부터 비롯된 우울증이나 다른 질병들로 사망하였다고 한다. 요즘 상황은 그 때보다 더 심각한데, 그 이유는 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집에 가만히 있으면서 불안하고 힘든 상황이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이렇듯 육체적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정신적 질병인 것이다. 우리가 이런 상황 속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을 주셨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다 지나갈 일이기에 우리는 무기력하게 깊은 생각에 빠지기보다는 집이나 주어진 자리에서 마음을 다스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폭풍이 지나간 뒤에 감사하기 보다는 폭풍 속에서도 감사하는 법을 배우면,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다가올 희망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떤 신학자는 “믿음은 종달새 알에서 종달새 소리를 듣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불확실한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 속에서도 희망의 메아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믿음인 것이다. 믿음은 희망을 낳고, 희망은 힘을 낳는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마음가짐은, ‘내일에 남은 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보다는 ‘오늘의 믿는 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왜냐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은 다름 아닌 ‘희망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희망 바이러스’는 서로를 지켜 줄 것이라고 믿는다.

<전종준 / 변호사, VA>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200326/13031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