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이 설립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다. 하지만 정작 재외동포청은 이민 1세와 2세가 처한 현실과 필요가 서로 다르다는 기본적인 차이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은 취임 1주년 브리핑에서 재외선거제도 개선,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 한글학교 지원 확대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앞의 두 정책은 주로 이민 1세와 관련되고, 한글학교 지원 역시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작 재외동포 2세와 차세대가 겪는 국적 문제와 제도적 어려움에 대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차세대의 현실과 목소리가 빠진 재외동포 정책은 한국의 세계화와 미래세대와의 연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정책이 실제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재외선거제도 개선과 복수국적 허용 연령 하향은 모두 주로 이민 1세와 관련된 정책이다. 재외선거제도는 한국 국적을 유지한 영주권자를 대상으로 하며, 복수국적 연령 하향은 미국 시민권 취득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한 이민 1세가 기존 만 65세부터 가능한 복수국적을 더 이른 연령부터 허용받도록 하자는 취지다. 따라서 두 정책 모두 이민 2·3세가 직접적인 대상이 아니다.
반면 한글학교 지원 확대는 이민 1.5세와 2세, 차세대와 직접 관련된 정책이다. 한글과 한국 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은 중요하지만, 차세대의 국적과 그에 따른 권리와 의무까지 제대로 알리지 않는다면 반쪽짜리 재외동포 정책에 그칠 수 있다. 특히 차세대 동포의 국적 문제는 이민 1세와는 전혀 다른 현실에 놓여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민 1세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 국적법 제15조에 따라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하지만, 해외에서 태어난 이민 2세는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으면 출생과 동시에 한국 국적을 취득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과거에는 일정한 연령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는 제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이러한 규정이 폐지된 상태다. 이에 따라 남녀 모두에게 복수국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정작 한인 2·3세 가운데는 자신이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물론 복수국적이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국적에 대한 인식 부족이 차세대의 진로와 삶에 현실적인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태어나 성장한 한인 2·3세가 자신이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공직이나 정계 진출 과정에서 신원조회나 자격 심사를 받으면서 국적 관련 허위 진술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여된 한국 국적이 오히려 진로 선택에 족쇄로 작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의 진로를 넘어 차세대와 한국의 관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한 출생신고와 국적 확인, 한국 여권 사용 등의 복잡한 절차가 한국 방문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글학교를 통해 한국과 가까워지도록 하면서도, 복수국적 제도에서는 오히려 한국을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나라로 느끼게 하는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
결국 차세대 정책은 한글학교 지원에 그치지 않고 2·3세가 겪는 국적 문제와 제도적 장벽까지 함께 해결해야 한다. 해외 출생 2세의 혼란과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적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한인 2세 국적 자동상실제를 조속히 재도입해야 한다. 차세대가 한국을 부담스러운 나라가 아닌 자신의 뿌리와 연결되는 모국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진정한 재외동포 정책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