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한국계를 차별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미국 정치 과정에 당당히 참여함으로써 우리의 권리를 스스로 찾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국인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한국계 혼혈인들에게 자동으로 미 시민권을 부여하는 ‘2004 미국계 아시아인 시민권 부여 법안’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최근 의회 상정을 성사시킨 워싱턴의 한인 변호사 전종준(46)씨. 그는 이번 법안 상정의 의미를 미국 정치참여를 통한 권리확보에서 찾았었다.
그의 미 의회 입법 참여는 지난해 10월 존 로프그렌(캘리포니아)하원의원이 제출한 ‘2003년 아메라시안 시민권 부여법안’에서 차별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이 법안은 아시아계 혼혈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 같은 이름을 달고 있으나 실제로는 베트남계 혼혈인만이 대상이다.
같은 혼혈인으로 출신국가에 따라 시민권 부여에서 차별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하 전 변호사는 지한파 하원의원인 레인 에반스(민주,일리노이)에게 법 적용 대상의 확대를 건의 했다.
1982년 제정된 ‘미국 혼혈인 이민번’이 한국,라오스,베트남,캄보디아,태국 등 ‘전쟁지역’5개국에서 태어난 미국인 혼혈인들에게 영주권을 부여하고 있는 점에 근거한 것이었다. 에반스 의원 등은 지난 17일 미국 시민권 자동 부여의 대상을 5개국으로 확대한 법안을 상정함으로써 전 변호사의?노력이 결실을 보게 됐다. 그러나 법안 상정은 5개국 출신 혼혈인들의 한을 풀기 위한 기 여정의 시작에 불과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법안은 ‘미국 혼혈인 이민법’에 따라 1950년 12월 31일부터 1982년 10월 22일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에게만 적용된다. 게다가 미국 아버지에게서 태어났음을 있음,영주권을 받는 경우로 한정된다.
지난달 31일 하원 별관에서 두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가진 전 변호사는 “첫걸음으로 1982년 10월 이전 출생 혼혈인들에게 시민권을 받도록 하고?이후 태어난 혼혈인을 위한 제 2의 입법을 추진할 계획” 이라며 “후자가 훨씬 어려운 숙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이 법안이야말로 혼혈인들에게 가해진 이중의 인권차별을 없애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대개 미군 아버지에게서 버림받고 사회의 냉대 속에 자랐습니다. 미국으로 와서도 영주권만으로 살아가는 차별을 받고 있습니다.” 전 변호사는 지금 한국의 가정문화운동 단체인?’하이패밀리'(대표 송길원 목사)와 함께 혼혈인 용어 철폐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결혼 가족’을 ‘다문화 가족’으로 ‘혼혈인’을 ‘다문화가족 2세’로 바꾸자는 운동이다.
다문화 가족의 가장이고 다문화 가족 2세의 아버지이기도 한 전 변호사는 한국계 혼혈인들이 “인권의 지각생이 되지 않게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승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