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소원에 관한 성명서

TO: 언론제위님

FROM: 전종준변호사

성명서

주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국적법에 대한 헌법소원 각하결정

한국 헌법재판소는 2013년 9월 3일 접수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국적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20일 만에 각하결정을 신속하게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한인 2세 김성은(Daniel Kim 24세)씨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만 18세가 된 이후 3개월 이내에 국적 포기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년 동안 국적 이탈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적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해 “청구기간이 지났다”며 각하 결정을 9월 24일 내렸다. 헌법재판소법 제 69조 제 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은 사유가 있음을 안날부터 90일 이내에,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 제 68조 제 1항의 헌법소원 중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심판의 경우, 1년이내의 청구기간이 경과하였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헌법소원 청구서에 정당한 사유를 무려 6종목이나 나열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단지 청구인이 미국에 거주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객관적 불능의 사유가 있다거나 일반적 주의를 다하여도 준수 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라고 설명하며 각하의 이유를 밝혔다.

6종목의 정당사유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헌법소원에서 현행 국적법의 입법목적은 편법적 병역기피와 원정출산을 막기 위한 규정임으로 미국에 거주하면서 한국 호적에도 이름이 올리지 있지 않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의도되지 않는 피해자(Unintended victim)’ 라는 점을 헌법소원에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미국에 거주하는 사실만은 이유가 안된다만 보고 판시한 것이다. 둘째로, 한국말도 못하고 한국법도 모르는 해외에 거주하는 ‘의도되지 않는 피해자’들은 국적법 개정사실을 전혀 몰랐고, 이에 대해 어떠한 정부의 통지(Notice)도 없었기 때문에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으로 부당하게 국적이탈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주장함.
세째로, 현재 미주 동포사회에서 관련법률 재정에 대한 서명운동이 시작되었고, 국회에 개정요구를 할 움직임이 있어 재외동포 사회 및 국내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는 쟁점이 있다는 점. 네째로, 청구인과 같은 전도유망한 인재의 국내유입이라는 국가적 공익이나 정책적 요구에 역행하는 점. 다섯째, 막연히 법이 개정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이 사건의 경우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국적이탈의 자유의 침해의 정도가 너무나 중대하고 사안이 긴급하여 불가피하게 헌법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른 점. 여섯째, 헌법재판소는 삼권분립원칙하에 유지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헌법하에 국회의 입법작용의 결과인 법률에 위와 같은 문제가 있다면 마땅히 이를 통제할 헌법적 의무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 사건에 한하여 심판청구를 허용하는 것이 사회통념상으로 보아 상당하여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런 법적논리에 대한 법적 해석을 피하고 단지 “청구기간 도과에 정당한 사유가 없어 부적법하므로 심판청구를 각하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2006년 11월에 이와 유사한 사건에 대해 “헌법적으로 해명이 있었고, 위 견해는 그 자체로 타당하며 지금도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변경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2006년에 접수된 헌법 소원은 국적이탈을 20년 동안 못하게 하는 것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과잉금지 원칙위반이 아니라고 헌법재판소는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헌법소원은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이란 새로운 법적 이론과 근거로서 소원을 신청했는데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한 법적 해석을 피하고 있다.

2013년 9월 3일 헌법소원이 접수가 되자 9월 5일 법무부는 즉시 재외동포를 위한 국적 병역법 안내자료를 재외공관을 통해 배포했다. 즉 적법절차에 따른 정부의 통보가 없었다는 것을 직접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후속 조치라 해석된다. 그러나 앞으로 피해자를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피해자들도 구제하자는 것이 이번 헌법소원의 목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면, “국적법에 따른 혈통주의에 의한 선천적 국적취득과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에 관한 문제는 대한민국만의 극히 생소한 제도라거나 일반적 주의를 다하여도 알 수 없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따라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면, 법무부는 앞으로 이런 홍보를 할 필요도 없다는 법적 근거를 제공하여 ‘적법절차의 원칙 위반’ 을 더 장려하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행정편리상 3개월안에 국적이탈을 강요한 법률을 몰라서 신청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20년동안 국적 이탈을 못하게 하여 본이 아니게 복수국적자가 되어 한국 진출이나 혹은 미국내 공직진출을 막는 국적법의 불합리성와 부당함의 법적 심사를 포기하는 헌법재판소는 직무유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번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은 잘못된 법에 의한 잘못된 판결이라 매우 유감스럽다. 법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헌법재판소는 국제화 시대의 요구를 충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기각에 대해 국회를 통한 입법개정의 운동에 큰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청구기간의 요건에 해당되는 자가 생길 경우 제 2, 제3의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한국인의 기본권이 보장되도록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