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따기 직장, 식은 죽 먹기 직장

“전종준입니까? 연방정부를 대신해서 전화를 했는데 전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김아무개의 신원조회때문에 한번 찾아뵈어야겠습니다”
보통 신원조회는 전화로도 가능한데 이번에는 구지 왜 나를 직접 만나보아야 한다고 하나 의구심이 났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서 나의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은 먼저 연방 정부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자신을 소개했다. 전에 나의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사람이 연방정부 직장에서 특별한 일을 맡아야 하기에 더욱 강도 높은 신원조회가 필요하여 이렇게 직접 찾아왔노라고 했다.
약 20여분 동안 자세한 질문을 하였는데 보통 예견할 수 있는 질문이 많았다. 예를 들면 “직장을 그만 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업무 수행 능력은 어떠했습니까?” 혹은 “믿을 만한 사람입니까?”. 그래서 “만약 기회가 된다면 다시 채용할 의사가 있습니까?” 등이였다.
이런 질문들은 전의 고용주가 앞 사람의 길을 막지 않기 위해서 대충 잘 말해 줄 때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솔직하게 말해 줄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범주를 벗어나는 새로운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전의 직원이 사무실을 떠난 후 자주 연락은 있었는지요??” 사무실을 등지고 떠난 사람들에게는 이 질문이 참으로 부담스러운 질문이겠구나 생각했다. 인상이 차갑고 무뚝뚝하게 생긴 그 사람과의 대화가 어느 정도 끝나갈 즈음에는 함께 농담도 하고 웃으면서 인터뷰를 무사히 잘 마치었다.
연방정부에서 나온 그 사람이 사무실을 떠나자 마자 사무실 직원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 잘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평생따라 다니면서 고생하겠다”고 겁에 질린 표정들이였다. 앞날을 예상할 수 없듯이 만에 하나라도 현재의 직장에서 성실하지 못하면 다음 직장에서의 기회 조차도 놓칠 수 있는 불이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미리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였다.
미국에서는 직장을 구할때 고용주가 신용 보증인(Reference) 을 꼭 요구한다. 즉 전의 직장의 상사나 주인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꼭 확인해 본다. 일반적으로 미국 사람들은 이 신용 보증인 제도에 익숙하여 가능하면 솔직하게 대답해 주고 이 결과에 따라 직원 채용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료로 삼기도 한다. 나의 사무실에서도 직원을 채용할때는 꼭 신용 보증인을 묻는다.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은 취업 경험이 없기때문에 그냥 믿고 채용해야 하지만, 사회경험이 있는 사람은 꼭 전의 고용주에게 확인하고 채용을 결정한다. 현재 대학을 다니는 아들이 연방정부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데 나는 여러가지 주의 사항을 준다. 사무실 직원들과는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고, 출퇴근 시간을 엄수하고 가능하면 사무실에서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프러스 알파를 하라고 한다 마지막 주간에는 대충 일을 하거나 실수하지 않도록 더욱 조심하고, 마지막 날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가서 보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고 인사를 하라고 한다.
요즘 불경기로 인해 직장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처럼 힘들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다니는 직장에서 몸과마음을 다해 최선을 다하면, 다음 직장은 ‘식은 죽 먹기’ 처럼 쉬워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