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대선 후보자 국적 시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자에 대한 국적 시비의 포문을 또 열었다.
이번에는 대선 후보로 각광받는 인도계 2세 니키 헤일리의 부모의 국적 문제를 놓고 시비를 걸고 있다. 만약 한국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면 트럼프는 과연 어떻게 나올 것인가?

트럼프의 대선 후보자의 국적 시비를 3가지 형태로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첫째, 대선 후보자의 출생지로 시비를 거는 방법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버지가 케냐인이고 어머니가 미국인이었기에 출생지로 딴지를 걸었다. 결국 오바마가 1961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출생증명서가 확인되어 일단락 되었다. 만약 한국 국적법이었다면 분명 오바마는 복수 국적이었을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2016년 대선 후보였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캐나다에서 출생했기에 출마 자격 시비를 걸었다. 크루즈는 속지주의를 채택한 캐나다에서 태어난 복수 국적자로서 아버지가 쿠바인이고 어머니가 미국인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어머니가 미국인이기에 미국 시민권자가 된 것이다.

둘째, 대선 후보자 부모의 국적으로 시비를 거는 방법이다.
2024년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후보자 중 2명이 인도계 2세이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비벡 가나파티 라마스와미 억만장자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미국 출생 당시 부모가 인도 국적이었다는 것이다. 헤일리는 1972년 미국에서 출생 당시 부모는 인도 출신이며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었다. 이에 트럼프는 헤일리가 부모의 국적으로 인해 헌법상 정·부통령 자격이 없다는 음모 뉴스를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유독 헤일리만 공격하는 것일까? 헤일리가 공화당 후보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으로 본다.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수정헌법 14조는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헤일리는 미국 시민이 된다. 따라서 헤일리는 미국 헌법상 대통령 자격이 됨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헤일리가 인도계 이민자 2세라는 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민자를 싫어하는 보수층의 심기를 흔들어 보자는 속셈이다.

셋째, 대선 후보자의 복수 국적으로 시비를 거는 방법이다.
트럼프가 아직까지 대선 후보자의 복수 국적으로 딴지를 직접 건 적은 없다. 왜냐하면 대선 후보자 중에 복수 국적자는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국적 시비는 가짜 뉴스에 속할 지 몰라도 복수 국적 시비는 정치적으로 매우 치명적인 진짜 뉴스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트럼프 뿐만 아니라 상대 정적도 칼을 뽑고도 남음이 있을 것으로 본다.
먼저 테드 크루즈는 2013년 텍사스 주의 연방 상원의원이 된 뒤 언론이 복수 국적 문제를 보도하자, 2014년 캐나다 국적을 뒤늦게 포기했다. 따라서 2016년 대통령 후보자 때에는 트럼프가 크루즈의 복수 국적을 공격할 수 없었다.

이번에 트럼프가 헤일리 부모의 국적을 공격했으나 헤일리의 복수 국적에 대한 공격은 하지 못했다. 그 이유인 즉, 인도의 법은 인도의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 취득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바마 아버지의 케냐 법도 자동으로 복수국적을 부여하지 않아 복수 국적 시비는 없었다.

우려되는 것은 미국의 공직이나 정치판에서 한인 2세와 부모에 대한 국적 시비의 공격이다. 한국 국적법에 의하면 한인 2세가 미국 출생시 부모 중 한사람이 한국인이면 속인주의에 의해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갖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미국 출생시 아버지가 한국 국적이면 남자의 경우 1983년 5월 25일 생(현 41세), 여자의 경우는 1988년 5월 4일생(현 36세) 이후 출생자는 복수국적자가 된다. 1998년 6월 14일부터는 부모 양계주의가 채택되어 아버지가 외국인인 경우에도 어머니가 한국인이면 자동으로 복수국적자가 되어 피해 범위가 확대되었다.

헌법소원을 해 오면서 헌법재판소는 공직 진출을 ‘극히 우연한 일’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 한인 2세들은 ‘우연’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열정으로 주류사회의 진출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도 관심있는 국적 문제를 왜 한국에서만 관심이 없을까? 우리 한인 2세들의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 과연 안전한 것인가?

<전종준 변호사, VA>

http://dc.koreatimes.com/article/20240116/1498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