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싱킹’…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해야 성공”
[차 한잔 나누며]
韓·美서 ‘유싱킹(U Thinking)’ 설파… 재미 인권변호사 전종준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결국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최근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성공을 위해서는 자신보다도 ‘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미국 워싱턴에서 이민 및 인권 변호사로 활동 중인 워싱턴로펌의 전종준(56) 변호사다. 최근 저서 ‘유싱킹(U Thinking)’을 펴내고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워싱턴로펌의 전종준 변호사가 3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 하면서 남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책의 제목이자 핵심 개념인 유싱킹은 ‘나 중심의 사고에서 타자를 우선에 두는 사고로의 전환’을 뜻한다. 기존의 자기계발서들이 성공을 위해 ‘나는 할 수 있다’는 본인 중심의 의지를 강조했다면, 유싱킹은 타인의 행복을 위해 행동해야 함께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전 변호사는 “흔히 타인을 배려하는 것은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유싱킹은 타인의 행복을 추구해야 나 자신도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단순히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최고의 상생’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유싱킹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은 어머니를 통해서다. 갑상선암에 걸렸던 전 변호사의 어머니는 수술 이후 피곤하다는 이유로 운동을 잘 하지 않았다. 전 변호사가 “움직여야 건강해질 수 있다”고 수차례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집 앞 공원에 나갔던 어머니는 야생 산딸기를 발견하곤 며칠 동안 스스로 산책하러 나갔다. 전 변호사에게 산딸기 주스를 만들어주기 위해서였다. 전 변호사는 “본인을 위해서는 움직이지 않았던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곤 힘을 냈다. 우리가 타인을 생각할 때 더 힘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소하지만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본인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국민성에 기본적으로 유싱킹이 깔려 있다고 말한다. 정(情), 즉 남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결국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는 것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도 유싱킹의 한 예다. 그러나 그는 최근 경쟁과 무조건적인 성공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주의라는 폐해를 낳았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유싱킹의 반대 개념을 ‘아이싱킹(I Thinking)’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이 사라진 한국은 ‘목 마른 사회’다. 나 자신만의 성공을 좇는 아이싱킹은 나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게 되는 한계와 부작용이 있다. 나를 위한 긍정은 성공의 수단은 될 수 있지만 인생의 목적은 될 수 없다”며 “남을 위한 긍정, 남이 행복해져야 내가 행복해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국가적 재난에서도 ‘유싱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세월호 참사’도 결국 유싱킹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라 볼 수 있다”며 “안중근 의사의 유싱킹은 국가와 국민을 살렸지만, 세월호 선장의 아이싱킹은 대형 참사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유싱킹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 변호사는 훈련을 하듯 아주 쉽고 작은 일부터 의식적으로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유싱킹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내 삶 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아침에 운전할 때 누가 끼어들어도 화를 내지 않고 너그럽게 넘어가는 것, 구급차가 오면 길을 비켜주는 것 같은 사소한 행동이 쌓여서 결국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성공한 국가, 불행한 국민’이라고 한다. 경제대국이지만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라며 “예전에 새마을운동으로 경제적 부흥을 했다면 이제는 유싱킹 운동으로 정신적 부흥을 이뤄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이미 삶 속에서 유싱킹을 실천하고 있다. 1982년 미국으로 건너가 1990년 변호사가 된 그는 한국 최초로 미국 이민법을 집대성해 소개한 해당 분야의 권위자다. 현재 워싱턴 근교에서 한인 최대의 로펌을 운영하고 있는 ‘성공한 변호사’이지만,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달린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기간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해 왔다. 1999년에는 미국의 부당한 비자 거부에 대해 콜린 파월 당시 국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냈으며, 미 연방하원에 한국 여성과 미군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또 무료변론을 통해 탈북자가 미국에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지금까지 펴낸 책 12권의 수익금은 전액 기부했다.
그는 인생 고비를 넘기고 성공하게 된 데에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며 소회를 전했다. 그는 “미국에 와서 토플시험을 수차례 봤고, 로스쿨은 10곳에 지원해 한 곳에 겨우 붙었다. 공부가 잘 안 돼서 우울증에 걸릴 뻔한 적도 있다”며 “실패를 많이 한 인생이다 보니 사회적 약자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나 혼자 잘나서 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기도, 아내의 헌신,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다”며 “나 역시 타인들에게 받은 도움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유싱킹은 지난해 미국에서 먼저 출간됐다가 이번에 이론을 보강해 한국어로 출간됐다. 올해 말에는 미국에서 재출간될 예정이다. 전 변호사는 “앞으로 사회가 따뜻하게 변하는 사례를 담은 ‘힐링 서적’을 출간하고 싶다”며 “3%의 소금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하듯이 한국 사람 3%가 유싱킹을 실천한다면 한국 사회 전체에 좋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밝혔다.
김유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