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년 동안 ‘유승준 막기’가 정치적 포플리즘과 합승하면서 국적법 개정 변천사의 한 획을 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녁을 빗나간 국적법은 유승준만 막은 것이 아니라 전 세계 750만 해외동포의 2세, 3세의 공직이나 정계 진출 및 미래까지 더불어 막아 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아 결국 5번의 헌법소원을 통해 마침내 헌법재판소는 사전의 판례를 뒤집으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2020년 9월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원정출산과 병역기피와 관련 없는 해외 출생 한인 2세 남성에게 만 18세가 되는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병역을 필하지 않는 한 만 37세까지 국적이탈을 불가능하게 한 국적법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 결정으로 인해 국회는 2022년 9월 30일까지 대체입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국회가 개정법에 대한 입법 예고를 지난 4월에 공고했다.
아뿔사! 국적이탈을 못한 한인 2세들에게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추진하려는 국회 입법 예고 내용은 ‘유승준 막기의 연장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이유인즉, 아직도 한국에서 태어난 유승준과 해외에서 태어난 그리고 병역과 무관한 해외동포 2세들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여 헌법재판소의 판결 의미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입법 예고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주된 생활근거가 외국에 있는 경우.
2005년 홍준표 법이 통과된 이후 왜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은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국적이탈 의무의 족쇄를 씌웠으며 이로 인해 얻어지는 한국과 해외동포의 이익은 무엇인가? 병역과 무관한 이민 출산자들에게 ‘병역 자원 확보’라는 근거없는 논리를 아직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어느 나라 사람인가? 또한 이 조항은 외국에서 출생했으나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조부모나 부모에 의해 한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를 차별하고 있다.
둘째, 외국에서 출생하여 국내에 입국한 사실이 없으며 주된 생활근거가 외국에 있는 경우.
해외 출생 한인 2세 중 부모 따라 한국에 한번도 입국한 적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한 예로 주한 미군으로 발령받은 미국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적이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국적이탈이 아예 불가능하기에 피해 구제가 아니라 오히려 국적이탈의 제약이다.
셋째, 기간 내에 신고를 하지 못한데 대하여 사회통념상 본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경우.
사회통념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정당한 사유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대부분의 해외동포 2세들은 아직도 국적이탈 의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데 이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될지 분명하지 않다. 또한 국적이탈의 선행조건으로 부모의 국적 상실신청, 혼인신고, 및 출생신고 등을 해야 하는데, 부모가 이혼했거나 혹은 부모 중 한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는 출생신고가 할 수 없어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를 해 준다하더라도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모순이 존재한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헌법소원이 계류 중이다.
넷째, 본인에게 불이익이 예상되고, 재외공관의 장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게 허가를 신청한다.
예외적 이탈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복잡하고 까다로운 16가지 국적이탈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야 한다. 모든 절차를 다 거치고 법무부 장관의 허가가 난다고 하더라도 이미 1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 공직이나 정계 진출의 기회를 놓치게 될 상황이다. 즉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해 주어야 하는데 이처럼 피해 구제 효과가 없는 개정안은 미 주류사회 진출을 방해하는 일이다.
결국, 이번 국회안은 절차, 기간, 요건 등 법의 명확성과 제한의 범위가 지나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홍준표 법 이전의 국적자동 상실제도를 채택하고 출생신고가 되어 있는 사람은 간단한 절차로 국적이탈을 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글로벌 스탠다드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전종준 /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