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강영우 박사님의 유지를 받들어 장학재단을 세우며 축사를 부탁받았다.
존경하던 분이고 취지도 좋아 흔쾌히 승낙을 하며 무슨 말로 축사를 해야 하나 고민해 보았다. 그러다가 강박사님은 감사를 아는 아주 귀한 분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약 6년 전, 곧 세상을 떠날 것을 알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편지를 남기고 간 그분의 글은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진정한 삶의 승리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는 감사해야할 많은 조건들을 잊은 채, 마치 감사할 일이 없어 감사를 못하는듯한 자세를 가질 때가 많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가장 흔한 공기가 없다면 우리는 숨을 쉴수가 없으며 가장 흔한 물이 없으면 우리는 곧 죽게 될 것이다. 이토록 우리 삶에 가장 중요하고 귀한 것임에도 당연이 생각하고 감사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것이다. 아니 감사 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볼 수 있는 세상 또한 너무 당연하여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감사도 잊고 산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하면 가장 흔한 것 그리고 당연한 것에 감사를 느낄 수 있을까? 강박사님은 감사할 조건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를 할 수 있었던 분이었다. 무엇이 그분을 그렇게 감사하게 만들었을까?
악조건 속에 자신을 지키기도 힘드셨을 텐데 남을 격려하고 보살피는 일에 최선을 다하셨던 분이었다. 시각 장애자인 자신을 불쌍하게 여기거나 실망하기 보단 남을 오히려 불쌍히 여겨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어 주었던 분이었다.
강박사님이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보통 사람들이 사용하는 육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보다는, 가슴 깊이 새겨진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사는 마음의 눈을 가진 사람의 것이며 또한 그들이 받은 축복이다.
한번은 강영우 박사님과 옆 자리에서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강박사님께서 영어로 책을 내셨기에 그 때 영어로 책을 준비하던 내가 강박사님께 자문을 구했다. “영어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강박사님은 즉시 나에게 “자기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렇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살기도 힘들지만 그것을 쓰는 것은 더 힘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인생을 살아보니 두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자신의 아픔이나 부족함을 비관하고 좌절하여 그대로 포기하는 사람과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노력하여 값진 결과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강박사님은 후자에 속한 분이었다. 즉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사시고 또한 쓰셨던 분이었다.
옛말에 동물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고인의 뜻을 받들어 장학재단을 만들고 이끌어 갈 석은옥 이사장님과 임원 여러분 그리고 가족분들에게 감사와 박수를 보낸다. 부디 이 장학회를 통해 혜택을 주고 받는 모든 분이 마음의 눈을 활짝 열고 강박사님의 숭고한 정신을 전달하여 제2, 제 3의 강박사님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그의 이름이 우리 후배들에게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전종준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