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이탈 허가제를 ‘국적 자동상실제’로 바꿔야

참 아이러니하다. 국회에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가 작년에 통과되자마자 서류 수속 대행업체의 광고가 눈에 띄어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이유인 즉, 이번 국적법 개정안은 병역과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여전히 국적이탈 의무를 유지하고, 국적이탈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기 때문으로 본다.

최근 한국계 여성인 미 외교관 발목 잡은 선천적 복수국적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신청 절차가 얼마나 복잡하고 비합리적인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국적이탈 허가 신청서’에서는 만 18세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국적이탈신고를 하지 못한 불가피한 사유, 국내 체류기간 및 목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 행사, 복수국적으로 인한 직업선택의 상당한 제한이나 이에 준하는 불이익, 그리고 출생 이후 현재까지 성장 환경, 학업, 직업, 국적이탈 신청 사유 등을 입장 자료와 함께 구체적으로 작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적이탈 허가제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일단 피해를 본 사람만이 신청할 수 있다면 이는 피해 구제가 아니라 오히려 국적이탈의 제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신청서에서는 직업상 공직이나 군 입대 또는 업무상 국가 안보제한 등을 주로 묻고 있으나 공직외에 사직 분야에서도 복수국적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풀브라이트 장학생 지원자격이 없고, 미 핵 잠수함 지원서처럼 ‘NO 복수국적’이라고 명시되어 있어 아예 지원조차 못하는 곳도 많은데 이것 또한 제한 받은 것으로 간주될 지도 불확실하다.

예외적 국적이탈에 관한 복잡하고 까다로운 16가지 관련 서류 및 해명 자료를 준비하느라 한국 영사관 방문시 발생하는 막대한 거리와 시간, 비용적 손실 그리고 1년 이상의 소요기간으로 인해 국적이탈 절차를 이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여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비록 법무부 장관의 허가가 난다고 하더라도 이미 1 년 이상의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 공직 취업, 승진, 사관학교 진학이나 정계 진출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국적이탈 시행 규칙에 의하면 국적이탈을 하려면 선행조건으로 부모의 국적 상실신청, 혼인신고, 및 출생신고 등을 먼저 해야 한다. 출생신고 전에 부모의 혼인 등 선행절차는 오직 부모만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적이탈의 자유는 부모가 아닌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 본인의 기본권이므로 부모의 대리에 의한 국적이탈은 자기 결정권의 침해이다.
또한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국적법 시행규칙 상의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증명서만 내야 한다. 이혼, 국제결혼, 별거, 사망, 등 다양한 어려운 사정에 처한 이민 가정의 자녀에게는 부나 모의 개인신상 정보를 제공할 수 없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고 또한 국적이탈 신청도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복수국적의 대물림’으로 미국 태생2세, 3세까지 복수국적의 굴레를 끊을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따라서 국적법 시행규칙 12조는 자기 책임의 원칙, 행복 추구권, 그리고 양심의 자유에 위배되기에 현재 제6차, 7차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이다. 결국 6차와 7차 헌법소원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지면 국회는 또 다시 개정법을 만들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해외동포 2세의 공직과 정계 진출에 계속 피해가 발생하는 바 하루속히 국회 입법으로 국적법을 재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복수국적자에게 권리 없는 국적이탈 의무의 부담은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제안하기는 외국 출생자로서 17년 이상 계속하여 외국에 거주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서 출생신고를 하지 아니한 사람(남성과 여성 포함)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에 의해 출생신고를 한 사람은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출생시까지 소급하여 자동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되는 ‘국적유보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병역과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가 아니라 국적 자동상실제인 것이다.

<전종준 / 변호사, VA>

<출처: http://dc.koreatimes.com/article/20230111/14486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