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민의 나라로 돌아왔다. 36년 만에 연방의회에 사면·이민개혁안이 공식 상정되었다. 레이건 대통령의 사면이후 36년 만에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사면을 추진한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레이건의 사면으로 인해 3백만 명의 서류 미비자가 영주권을 받은 반면에, 바이든의 사면안은 1,100만에게 곧바로 영주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6년 동안 유효한 ‘합법적 예비 이민자(Legal Prospective Immigrant)’ 신분을 부여한다. 즉 불법 체류에서 합법 체류로 신분을 바꿔주는 새로운 개념으로 6년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 바이든 개혁안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21년 1월 1일까지 미국에 입국한 서류미비자의 사면이다. 범죄 경력 및 신원조사를 통과하여 합법적 예비 이민자 신분을 취득하게 되면, 취업과 해외 여행이 가능하며, 사회보장 번호와 운전면허증을 받을 수 있다. 단 한 해 180일 이상 해외 체류하면 신분상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체류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여권, 비자, 출입국 스탬프, I-94 체류허가서, 자신의 이름과 날짜가 언급된 미 정부 발행 운전 면허증, 리스, 학교 기록, 또는 2명 이상의 진술서 등 가능하면 많은 증빙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중범이나 3개 이상의 경범 경력이 있을 경우, 면제 신청(Waiver)을 할 수도 있다. 배우자와 21세 미만 자녀도 포함이 된다. 합법적 예비 이민자 신분을 받은지 5년이 되면, 신원조사와 세금 납부 등을 증명하고 영주권을 받을 수 있다. 영주권을 받은 지 3년 후에는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둘째, 청소년 추방유예로 DACA 혜택을 받은 자와 2021년 1월 1일 기준으로 18세 이전에 부모따라 미국에 온 드리머도 포함된다. 고등학교, 전문대 혹은 4년제 대학 등을 졸업한 경우 곧바로 영주권 신청을 할 수 있다. 그리고 3년 뒤에는 시민권 신청이 가능하다. 농업 노동자와 임시보호신분(TPS)도 사면 대상자이다.
셋째, 새로운 V비자의 신설이다. 가족이민 청원서를 접수한 적이 있으면 방문 비자 등이 거절되어 5-10년 넘도록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이산가족이 된 경우가 많았다. 이것은 ‘비 미국적, 비 인도적인’ 관행이었다. 그러나 가족 이민 청원서 승인 후 문호 대기 기간 중에 V 비자를 받게 되면 가족과 미리 상봉할 수 있으며 취업과 해외 여행도 할 수 있다.
미 대사관의 부당한 비자 거절로 인해 2002년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한 적이 있었는데, 19년 만에 V 비자의 신설로 연결되어 가족상봉이 이루어지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새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 서둘러서 가족이민 청원서를 접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 하다.
넷째, 취업이민 쿼터가 140,000개에서 170,000개로 확대되어 10,000명이던 비숙련공이 40,000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의 20만개의 미 사용비자를 통해 이민 적체를 해소하게 된다. 또한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21세 미만 자녀가 시민권자처럼 우선순위로 변경된다.
주목할 것은 이번 개혁안은 법안이지 아직 법이 아니다. 사면·이민개혁안은 통과될 수 있을까? 이번 이민개혁안은 민주당이 주도했으며 365쪽이나 되는 덩치가 큰 법안이라 공화당의 거센 반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하원과 상원 그리고 대통령까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의원 전체가 찬성한다면, ‘예산화(Budget Reconciliation)’ 해 절차를 통해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상원에서 필리버스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나, 연방 예산안에 이민개혁안을 포함시키면 과반수 찬성만으로도 통과시킬 수 있다. 예산제출 마감일이 4월 15일 이기에 그 전후에 이민개혁안에 대한 통과 여부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국토안보부는 180일 안에 신청 서류 양식과 절차 등에 관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 법안이 올 봄이나 여름 경에 통과된다면 그로 부터 약 6개월 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에 빠르면 올해 말 부터 사면 서류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레이건 사면 후 경제가 호경기를 누렸듯이, 바이든의 사면이 경제의 새로운 희망이 되길 바란다.
<전종준 /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