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장관 내정자 사퇴를 보며
요즘 김종훈장관 내정자의 사퇴가 한국과 미주 동포사회에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해외에서 성공한 인재가 한국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 것에 대해 미주 동포사회는 큰 쾌거라고 생각하고 김 장관 내정자에게 커다란 기대를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여러 법적인 문제의 대두와 풍문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이 문제는 앞으로 한국으로 돌아가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많은 이들에게 롤모델이 되기에 다시한번 이 사건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장관 내정자가 미 시민권을 포기하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택했다고 지원 사격을 해 주었는가 하면 그 반대로 일부에서는 막대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 사퇴했다는 말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그러나 국적 포기세법(Expatriation tax)에 의하면 탈세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할 경우에 한하여 세금을 부과하기 때문에 김 장관 내정자에게는 세금포탈의 목적이 없었기에 세금 부과여부에 따른 한국행이나 혹은 사퇴는 모두 설득력이 약하다.
이문제를 깊숙이 들어가 보면, 국적 포기나 세금등의 법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오히려 한국인과 해외동포간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문화적 차이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군사 독재시대를 지나면서 한국인에게 심어진 의식 중의 하나는 해외에 나간 사람은 “조국을 버린자” “시집간 딸” 혹은 “이중 인격자” 등으로 오도 되어 왔는데 아직도 그 생각이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국민정서가 바로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부를 이루어 낸 특별한 나라이다. 천연자원이 없는 좁은 땅덩어리 한반도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가 몇 백년에 해야 할 일을 약 50년안에 이룬 것이다. 놀라운 기적은 이루었지만 지나친 경쟁의식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남을 밟고 넘어가야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중심적 이기주의의 팽배로 인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국익보다는 집단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이기주의의 팽배가 해외동포의 모국 정착의 장애 요소가 되고 있고 또한 한국의 세계화에 찬물을 끼얹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인의 10분의 1 정도인 약 5백만명이 해외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기마민족의 후예인 한국인이 세계의 중심 무대에 서려면 중국이나 일본처럼 더 많은 한국인이 세계 각국으로 뻗어나가서 글로벌 시대를 활짝 열어야 한다.
미국 진출의 경우, 초창기에는 가족이민이 취업이민보다 훨씬 많았는데 지금은 취업이민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미국에 먼저 온 미주동포가 한국인들을 미국으로 초청하는 원동력이 되어서 한국의 세계화에 이바지 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한국의 세계화는 해외동포의 중요성을 인식함에서 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인은 “연어의 기질”이 있어서 해외에 나간 동포라 하더라도 언젠가는 자기가 태어난 모국으로 마음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에 나와 있는 많은 동포들은 언제나 모국인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으며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국을 위해 기꺼히 일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 동포인 우리가 모국인 한국을 위해 일하고자 할 때, 우리는 좀 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언젠가 누군가는 뚫고 나아가야 할 모국의 보이지 않는 장벽이 과제인 만큼 좀 더 신중을 기하고, 일단 가기로 결정했다면 인내와 신념을 가지고 끝까지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즉, 한국인은 해외동포를 인정해 주고 따뜻하게 안아 주어야 하고, 해외동포들은 한국에서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마음의 준비와 담력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가 하나가 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떤 것이 한국을 진정으로 돕는 길인지 우리는 혼동을 해서는 안된다. 한국인과 해외동포가 하나될 때, 비로서 한국은 선진국으로의 발돋음을 할 수 있고, 진정한 글로벌 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