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서 패배하는 미국 대통령 후보
올 11월 초에 치루어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 전에는 롬니 공화당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으로 승리할 것을 점친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그러나 예상을 뒤집고 선거인단 표 집계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롬니 후보를 61%대 38%로 승리하였다. 선거가 끝난 뒤, 롬니 공화당 후보의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도 다양하지만 특이한 것은 롬니 후보는 그의 고향에서도 패배한 것이다.
롬니는 그의 고향인 메사츄세츠 주에서 오바마에게 60% 대 37% 이라는큰 표 차이로 졌다. 원래 메사츄세츠 주는 민주당 텃밭이지만 롬니는 공화당으로써 주지사까지 역임한 사람이였다. 더우기 그는 중도 보수를 지양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향에서도 어느 정도 신임을 얻고 있는 후보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잔을 마셔야 했다.
또 한편으로 롬니의 런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폴 라이언은 어떠한가?
라이언은 그의 고향 위스콘신 주에서 오바마에게 52% 대 46%로 졌다. 라이언 부통령 후보는 위스콘신 주의 연방 하원의원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고향 사람들은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모두가 고향에서 마저 패배함으로서 오바마의 재선을 더욱 확실히 굳힐 수가 있었다.
반면에 오바마는 고향인 일리로이 주에서 롬니에게 57% 대 41%로 이겼다. 특이한 것은 오바마가 현직 대통령이고 또한 자기 고향인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어느 특정 지역에서 처럼 90% 이상의 몰표를 얻지는 못했다. 또한 부통령 후보였던 바이든도 그의 고향인 델라웨어 주에서 58% 대 40%로 승리하였다. 현직 부통령인 바이든도 자기 고향에서 90% 이상의 몰표를 얻지 못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과 아주 비슷하다.
이런 미국의 선거 양상은 무엇을 우리에게 말해 주는 것일까?
“가재는 게 편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일반적으로 자신과 가깝고 인연이 있는 고향 사람을 찍는 것이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고향 사람 위주로 대통령을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향 사람보다는 정당노선(Party Line)에 따라 유권자들이 투표를 한다는 뜻이다. 자기 출신 지역보다는 정당노선의 이슈에 따라서 미국 전체의 이익에 부합되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감정이나 인연보다는 진정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고 있는 것이다.
얼마 후, 한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있다. 한국은 아직도 고향사람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아직도 정당노선보다는 지역정당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직도 특정지역에서는 특정한 정당 후보에게는 90% 이상의 몰표가 나오는가 하면 또 다른 정당에서는 특정지역의 선거운동을 아예 포기하고 자기 고향 텃밭 챙기는데 전념을 쏟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세계 경제 제 11위인 한국. 앞으로 세계의 정치 4강의 국가가 되려면 대통령 선거에서 고향부터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지역 중심적 이기주의 보다는 국가 중심적 이타주의의 백년대계를 추구하는 이슈로 대통령을 뽑고 또한 국가 전체를 대변하는 인물을 배출해야 한국의 정치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 내가 잘되고 내 지역이 잘되는 선거 보다는 우리가 잘되고 한국이 잘 되는 선거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앞으로 다가올 대통령 선거를 통해 한국의 성숙한 정치문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