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존경합니다
어린 학생들에게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고 물으면 유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줄줄 외어댄다. 나도 학창시절에 존경하는 사람을 ‘아브라함 링컨’이나 ‘세종대왕’등 위인전의 사람들 속에서 찾아 내곤 했다.
나이들어 내가 아버지가 되어보니 정말 존경 받으실 분은 내 아버지라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한의사이셨던 아버님은 오랫동안 한의를 하셨는데 환자 하나하나의 성격과 증상을 참고하며 새로운 침법을 연구하셨다. 서울에서 하루 70-80 명의 환자를 보시던 아버님은 365일 하루도 쉬신 일이 없었으며 주일은 교회에 가시는 시간외에는 반드시 진료를 하셨다. 그만큼 가정과 자식들을 돌보시기 위해 희생적으로 일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버지를 존경의 대상으로 느끼지 못했었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서 였을까!
그러던 어느날 이제는 내가 아버지가 되어서 아이들의 대학 학자금과 앞날을 걱정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나의 모습속에서 문뜩 아버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 자식들이 나의 이런 마음을 모르고 있듯이, 나도 그동안 아버지의 부성애를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아버님은 “자기가 하는일에 최선을 다해야하며 노력을 따라가는 천재는 없다”고 하셨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 아버님은 형제들에게 “보는게 정이요, 혀밑에 정”이라시며 “사람은 자주봐야 정이 생기고 자주 대화를 해야 정이 생긴다”고 하셨다.
“그러니 너희들이 효도하고 싶으면 나와 하루에 10분만 대화를 하자”고 제안하셨다.
형과 동생 다 그러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킨 사람은 나 뿐이었다. 그만큼 아버님은 대화의 중요성을 아셨다.
지금도 매일 저녁 부모님댁에 들려 안부를 전하고, 주말이면 아버님과 함께
산행을 하곤 한다. 매 주말 아버님과 나누는 대화는 거의 같은 이야기 일 때가 많다.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니 건강을 챙겨 운동하고 음식을 잘 먹으라”는 말씀과?겸손하고 지혜있게 인생을 살라는 부탁이시다. 아버님은 늘 “인생은 시대의 파도를 탄다”고 말씀하신다. “영웅도 시대를 잘못 만나면 역적이 된다”고 하시면서, 시대에 맞춰 일을 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삶을 살라고 하시는거다.
아버님은 인생에서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아셨고 자식들에게 그 귀한 유산을 남겨주시기를 원하셨던 것이다. 아버님은 같은 말을 여러번 반복하셔서 옛날에는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며 “또 하시는구나” 했는데 이제는 같은 말을 들어도 그 의미가 새로워지는 것을 느낀다. 이제야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들기 시작하는 가보다.
아버님은 운동과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항상 이야기 하신다.
아버님은 아버님이 연구하신 운동이 있는데 하루에 두번 반드시 하신다. 그리고 머리도 비누로 감으시고 꿀과 소금 그리고 식초로 머리와 온 몸을 닦고 문지르신다. 건강에 좋고 피부에 좋다고 하면 꼭 해 보시고 좋다고 판단하시면 하루도 걸르지 않고 꾸준이 하시는 분이다. 아버님은 자신을 관리하시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우시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면서 우리의 본이 되어 주신다.
어머니 이야기만 나와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많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은 편이다. 그만큼 어머니는 사랑의 대상인 반면에 아버지는 존경의 대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아버지 날에 바램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나의 아버지와 같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버님은 내 인생의 진정한 선배이며 친구이시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보시고 나를 지키시는 나의 아버님을 난 정말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