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사: [발언대] 만취한 사람에 술 팔면 책임 묻는 미국

[발언대] 만취한 사람에 술 팔면 책임 묻는 미국

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의 음주문화가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사실 미국 형사법정에서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걸려드는 것이 바로 음주관련 범죄이다. 미국에 체류하는 유학생·주재원이나 영주권자를 막론하고 음주운전 및 음주 관련 범죄로 구속되는 한국인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길거리에서 술 주정을 해도 ‘공공 음주죄’로 걸리며 술병을 들고 공공장소에 나와도 걸린다. 술에 취해서 차를 세우고 잠시 잠을 자도 ‘음주 운전’으로 걸릴 수 있다. 한국식 음주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미국의 엄격한 음주관련법을 몰라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들이 의외로 많다.

또한 한국처럼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감형이 되지 않을뿐더러 경우에 따라 술을 마셨기 때문에 오히려 사건이 더 불리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한국식 술 문화로 너그럽게 봐주기보다는 음주한 상태로 자신의 몸을 도구로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술을 핑계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공히 술에 대한 책임(Responsibility)을 강조한다. 음주는 개인의 자유, 권리이기 이전에 공공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개인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TV에서 술 광고를 할 때도 ‘책임 있는 음주’를 안내하며, 만취한 사람에게 술을 팔 경우 술집 주인에게까지 법적 책임을 묻는 경우도 있다.

그 밖에도 미국에서는 음주운전으로 한 번만 걸려도 최소 약 4000달러의 벌금과 변호사비 및 각종 음주 교육비용의 경제적 손실을 보게 된다. 술 먹고 홧김에 가정폭력을 저지르면 이민법상 추방 사유가 되어 가족이 생이별하기도 한다. 음주로 인한 범죄기록 때문에 미국 입국 시 공항에서 2차 심사대로 불려가서 정밀심사를 받기도 하고, 심한 경우 입국 거절이 되기도 한다. 음주 관련 형사기록이 있으면 미 시민권 신청 때 지장을 받을 수 있고, 집행유예 기간에는 시민권이 거절되기도 한다.

‘어글리 코리안’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한국식 술 문화를 지금 당장 고치지 않으면 앞으로도 계속 수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이나 해외에서 법적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 위주의 술 문화에서 탈피해 남을 먼저 배려하는 성숙한 책임의식이 절실히 요구된다. 차제에 한국식 술 문화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6/13/201206130305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