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가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위를 위한 문제가 국민을 분열시켜서는 안된다. 우리가 이 문제를 풀수없는 미제로 보는것이 아니라 차분히 국가의 진정한 이익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면 분열과 싸움이 아닌 화합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 필자는 세종시에 두 가지의 풀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순서의 문제요 다른 하나는 선택의 문제다.
첫번째는 순서의 문제이다. 모든 일에는 먼저 해야할 일과 나중 해야할 일이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시급한 일은 국가를 위한 삼권분립 (Separation of Powers) 이지, 삼부분산 (Separation of Branches) 이 아니다. 한국병의 가장 큰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삼권분립이다. 정부의 3부처인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분산 이전시키는 것이 급선무가 아니라, 비대해진 행정부의 권한을 줄임으로 3부 부처간의 권력을 분리시켜 제왕적 대통령제에 종지부를 찍는것이 우선순위이다.
또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나눠야 할 것이 있고, 나눠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정부 3부처간에는 서로 견제하고 균형 (Checks and Balances)을 맞출 수 있도록 권력은 반드시 나누어야 하나, 정부부처의 건물을 분산하여서는 안된다. 북한의 위협, 인구 분산, 지역간 균형적 발전이란 미명 아래 세종시로 행정부만 따로 옮기려는 시도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3부처의 분산을 정당화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첫 수도인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로 수도를 옮길때, 그리고 1800년에 지금의 워싱턴 D.C로 수도를 옮길 때에도 정부의 3부처는 떨어지지 않았고 함께 이전하였다. 그만큼, 3부처는 한 도시에 같이 있어야 정부로써의 기능을 최대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분산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국가의 일에 순서가 바뀌면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이 나누어진다. 국가의 일을 순서없이 나누는 정치는 마땅히 국가와 국민 앞에 책임을 져야한다. 삼권분립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요, 삼부분산은 파플리즘에 입각한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의 논란 속에 삼권분립의 우선순위를 재발견하는 기회로 삼고 이를 위한 헌법개정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두번째는 선택의 문제이다. 세종시는 약속의 문제 (Matter of Promise)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 (Matter of Choice) 다. 국민과의 약속의 이행과 불이행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부를 세종시로 옮기려는 국민과의 약속과 행정부를 서울에 유지하려는 국가와의 약속의 선택의 문제이다. 보장과 대책이 없는 행정부 이전의 약속이 급선무가 아니라 선진대국을 향한 삼권분립의 보장을 위해 한 도시안의 삼부처를 선택하는 것이 우선순위이다.
또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약속을 할 것이 있고 하지 않을것이 있다. 삼권분립은 약속하되 삼부 분산은 처음부터 약속해서는 안되는 잘못된 약속이다. 따라서 잘못된 약속은 이행의 구속력이 없고 단지 국민으로 하여금 세종시를 위한 국민과의 약속과 나라를 위한 국가와의 약속을 선택하게 하는 분열만을 초래할 뿐이다. 잘못된 국민과의 약속은 그 목적의 순수성과 실현 가능성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재평가되어야 하고 또한 보편적 진리와 근본적 법의 원칙에 합당한 더 좋은 대안을 통해, 국가를 위해 새로운 약속으로 거듭나야한다. 국가의 일에 선택을 잘못하면 나라를 궁지에 몰아놓고 제도가 혼란스럽게된다. 국민과의 약속을 앞세우며 국가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는 국가와 국민앞에 책임을 져야한다. 국가와의 약속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요, 세종시의 약속은 파플리즘에 입각한 것이다. 따라서 세종시의 논란속에 행정도시 보다는 경제 신도시를 꿈꾸는 기회로 삼고, 이를 위한 도시계획이 요청된다.
결국 국가는 어떻게 보면 부모처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우리가 국가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가의 국민이 된 당연성이다. 그런 선택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국가를 위해 우리가 국민과 약속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의 백년대계의 큰 그림을 못 보는 우를 범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는 한국인을 믿는다. 안 뭉치는 것 같고 갈라진 것 같아도 위기때는 하나가 되는 민족이며 개인적 이득을 취하는 것 같아도 위기때에는 국가의 이익을 생각하는 민족이다. 그래서 세종시의 위기는 기회가 되어 세종시가 우리를 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