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대 청문회를 다녀와서

2월 15일은 역사적인 날이였다. 미 의회 사상 최초로 하원 위원회에서 정신대를 주제로 청문회가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는 미 하원 외교위 아시아 태평양 환경 소위가 주관하여,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종군 위안부로 강제됐던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청문회는 시작부터 청문회의 법적 정당성과 합법성에 대한 법적 논쟁이 벌어졌다. 사회를 맡은 애니 팔로마베가 아태소 위원장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일본군 종군 위안부 결의안(H.Res 121)의 법적 동기와 의미를 설명 한 뒤, 동료 의원의 의견을 경청하였다.
반박에 나선 대나 글라바커(공, 캘리포니아) 의원은 일본은 결의안에 명기된 요구 조건을 이미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즉 지난 1996년 이후 여러 일본 총리들이 보상금과 함께 이미 서면으로 사과 했기 때문에, 일본의 사과를 요구하는 이 청문회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마이클 혼다(민, 캘리포니아) 의원은 공식 사과의 진정한 의미를 증언대에서 다시금 정의 했다. 그동안, 일본이 주장하는 사과는 총리의 개인적 사과(my sincere apology)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결의안에서 요구하는 사과는 일본 국회나 정부의 공적인 솔직하고 명백한 사과(unequivocal and clear apology)를 요구하는 것 이라고 강조하였다.
또한, 혼다 의원은 미국이 2차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 이주시키고 감금한 사건에 대해 미 의회가 직접 법안을 제정하여, 사과하고 보상한 것을 정부 차원의 솔직하고 명백한 공식 사과의 예라고 지적하였다. 이에 로라바커 의원은 성급히 일본 정부가 제출한 듯한 서류를 다시 확인해 보면서,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쟁점 이슈로, 일본은 아시아 여성 기금을 조성하여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이미 보상금을 지급 하였다는 주장이였다. 이에대해, 증인으로 나섰던 네덜란드인 얀러프 오헤른(84) 할머니는 아시아 여성 기금은 개인적으로 모금된 사적 기금(private funds)이기 때문에 인정 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일본 정부의 공식 기금(public funds)에 의한 정부 보상을 강력히 촉구 하였다.
이용수(79) 할머니는 아시아 여성 기금에 돈을 기증한 일본 기업이나 단체, 혹은 개인의 명단을 일본 정부는 아직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이 할머니는 “우리는 자진해서 간 위안부가 아닌데, 왜 우리를 위안부로 부르냐”고 성토하면서, 강제로 끌려갔기 때문에 사적인 기금의 보상이 아닌 일본 정부의 보상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역설 하였다.
이 할머니는 또한 “로라바커 의원은 일본 정부가 사과했다는 서면을 가졌는데, 피해자인 나는 왜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사과가 없냐”고 반박 질문을 하였다. 이에 대해 팔로마베가 위원장은 “이 할머니가 변호사 되었으면 잘 했을 것”이라고 하여 폭소를 자아 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서옥자 워싱턴 정신대 회장은 “만약 백인이나 유럽계 여성들이, 정신대의 희생양이 되었다면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역사속에 묻어 두었겠냐”고 말하고, “이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인종 차별”이라고 했다. 그리고 “국민은 적의 말은 기억 못해도, 친구의 침묵은 기억할 것이다”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신대 문제의 역사적 의미를 부각시켰다.
청문회를 마치면서, 팔로마베가 아테소위 위원장은 종군 위안부 결의안을 본 회의에 상정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러나 본 회의에서는, 미국이 주권 국가인 일본에게 어떻게 사과 하라고 결의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공방이 예상된다.
종군 위안부 결의안은 법안이 아니다. 따라서 법적 효력은 없다. 결의안은 단지 선언적 효과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은 정신대 문제는 인권과 전쟁범죄 라는 것을 선포하고, 세계적인 성폭력 근절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재 확인 하는 의미를 갖는다.
원컨대, 레인 에반스 의원으로 부터 시작된 종군 위안부 결의안이 본 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되어, 현재와 미래 세대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알리고, 또한 한 맺힌 할머니들의 가슴을 다소나마 달래 주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