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독주를 막은 말없는 대다수

미국이 변했다. 12년동안 공화당이 주도했던 미 국회가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이는 반 부시, 반 이라크전, 반 이민법에 대한 말없는 대다수의 메세지를 의미한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는 삼권분립의 원칙에대한 재확인이다. 행정부의 수반인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과 미 하원과 상원의 과반의석을 차지한 공화당의 독주에 브레이크를 건 셈이다. 즉,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에 견제가 없으면, 권력은 부패 할 수 있다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일깨워 준 것이다.
민주당의 클린턴 대통령 이전에는, 주로 공화당에서 대통령이 배출되었다. 즉 40년간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공화당 대통령을 뽑은 미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그러던 중, 민주당인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는 민주당이 국회까지 장악하는 민주당 독점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 재임기간중, 40년동안 미 국회의 다수당을 차지했던 민주당은 자리를 물러나고, 그대신 공화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면서 민주당 대통령을 견제하게 되었던 것이다.
원래, 미국의 공화당은 보수경향이 짙으며, 기업가나 고소득자의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진보적인 성향이 있고, 중산층과 저소득자 그리고 흑인 및 소수민족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40년동안의 민주당 시절에는 우리에게 유리한 이민법이 많았다. 오늘날 재미동포가 200만이 넘을 수 있었던 것도 민주당의 이민법 개정 혜택 때문이라 할 수 있다.
1994년 미 국민은 민주당을 소수당으로 만들고, 공화당을 다수당으로 만든 이후, 공화당은 곧바로 이민의 엄격한 제한, 영주권자 차별법안을 통한 영주권자 사회복지 혜택 차단 및 추방을 강화해, 이민자에게 불리하고 불공평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번에는 반대로 공화당에서 부시 대통령이 나오고, 또한 미국회까지 공화당이 장악하는 공화당 독점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 하에 12년동안 미국회의 다수당을 했던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로 인해 민주당으로 다시 바뀌게되어 공화당 대통령을 견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입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해 독선을 막고, 민주 정치를 실현하라는 미국민의 의지가 담긴 의사표현이다. 이것이 바로 삼권분립의 원칙이요, 견제와 균형의 민주주의 대원칙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집권당에서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국론이 분열되고 국사가 속히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성숙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여소야대 국회가 정치발전이나 정국안정을 추구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의식은 바꿔야만 한다.
미국에서는 여소야대의 정치 형태를 꾸준히 유지 발전시켜 오고 있다. 미국의 야당에서 대통령이 당선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수행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타협과 견제 그리고 성숙한 정치적 조화때문이라 할 수 있다. “정치는 역사의 거울이다”라고 했듯이, 미국의 반복된 정치현상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성숙케 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아직도 말없는 대다수가 움직인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