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주미대사의 글을 읽고……

최근, 이태식 주미대사는 위싱턴의 교포일간지에 특별기고를 통해, 미동포사회의 지지를 호소했다. 내용인 즉,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VWP)에 가입하면, 미주 동포사회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고, 또한 한미 동맹관계를 가일층 증진기킬 것이라고 역설 했다.
솔직히, 한국정부가 왜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그렇게 정력을 쏟는지 그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더우기, 미국 비자를 받고, 미국 체류를 하는 한국인의 실태와 미이민법의 냉혹한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맹목적으로 추진하는 한국정부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핵심 이슈에 즈음하여, 이태식 주미대사께서는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가입하더라도, 불체자 증가는 그야말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하셨다. 그 이유는 “무비자가 되면, 미국을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기때문에, 굳이 체류기간을 어겨야 할 동기요인이 없어지기 때문이다”고 하셨다.
그러나, 비자를 받은 사람들도 미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는데, 하물며 방문비자조차 받지 못한 사람이 불법체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정은 어디에 근거를 두고 하신 말씀일까? 불체자 문제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이를 대수롭지않게 생각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왜냐하면, 바로 이 불체자 문제가 무비자 가입 성패및 유지 여부를 좌우하는 제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 무비자국이 되면, 한국인은 비자없이 미국에서 90일 체류가 가능하다. 그러나 무비자로 입국한자는 미국내에서 체류연장이나, 다른 비자로 변경할 수 없다. 즉 무비자로 입국한자는 반드시 출국하라는 뜻이다. 따라서 90일이후에는 자동 불법체류자가 되는 것이다. 일단 불체자가 되면, 합법적인 비자신청이나 영주권 신청이 불가능하다. 불법체류 사실이 있을 경우, 미국 재입국 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무비자가 약이기 보다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는것이다.
둘째, 미 방문비자로 미국 입국후, 혹은 캐나다나 멕시코 방문후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은 사람의 통계를 분석해야 한다. 200백만이 넘는 미주동포중 얼마나 많은 분들이 불체자의 서러운 인생속에서 마침내 영주권을 손에 쥐고, 미국에서 사시는지 아시나요? 그래도 옛날분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왜냐하면, 1994년과 1997년 그리고 2000년의 불체자 구제 이민 법안 245(i) 덕분에, 많은 한인들이 불체자 구제 혜택을 받고 미국에서 합법적인 정착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회에 계류중인 불체자 구제안이 정치 쟁점화 되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만약 이 불체자 구제안이 통과되더라도, 앞으로 예상되는 불체자를 위한 또 다른 구제안은 갈수록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셋째, 현재 방문비자를 받은 사람 중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제대로 비자를 받았는지 분석해 보아야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자를 만들어 미국 입국후 불체자가 되는 사례도 있는바, 내일의 대책이 없는 젊은이, 자녀교육에 목말라있는 학부모, 명퇴당한 장년층, 비자가 몇번 거절된 자, 혹은 아예 포기하고 비자신청하지 못 한자들에게 무비자는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최근, 한국정부는 비자거부율 3% 미만을 만들기 위해, 비자 거부가능자의 비자신청을 자제해 달라는 차별적 요구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최근 입국한 어느 중산층 시민은 대변이나 하듯, “무비자가 되면, 불체자가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한다. 감추고 싶은 한 일면을 무비자로 포장하기 보다는, 현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과 한국인 그리고 미주 동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결국, 무비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오히려 많은 한국인들의 인생을 불행으로 몰아넣는 함정을 스스로 파는 결과가 될까 염려되는 바이다. 또한 집요한 무비자 추진때문에 진짜 한국의 국익에 직결되는 더 중요한 정치적 협상 안건을 잃을까 걱정되는 바이다. 한미 동맹관계를 가일층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도, 미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은 가장 적절한 시기가 왔을 때 재검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한미간의 진정한 국익을 무모한 업적주의와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