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미국 국어로 만든다면

-소수계 정치참여 걸림돌 될 수도-

영어를 미국의 국어로 만드는 법안이 제출됐다. 지난 2006년 5월 25일 미 상원에서 통과된 역사적인 포괄적 이민법안(S2611)이 바로 그 법안이다. 이 법안은 국경수비 강화 및 불법체류자 구제안 등을 포함하고 있어, 한인등 많은 소수계 민족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 법안의 제 161조에서 “영어는 미국의 국가언어 즉 국어이다” 라고 선포하고 있다. 과연 미국은 영어를 법적, 공식적인 언어로 규정 할 것인가? 그렇게 될 경우,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미 이민법 역사를 살펴보면, 영어는 시민권 통과의 조건이였다. 1906년도 이민법에서는 동?남부 유럽인들의 이민을 막기 위해 시민권 신청시 구두영어 통과 조건을 삽입하였다. 그 이후 1950년 이민법에서는 한층 더 강화되어, 시민권 신청시 구두 영어 테스트뿐만 아니라, 영어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까지 있어야 한다. 현재 시민권을 신청하시는 분은 바로 이 법의 규정에 의해 시험을 보고 있는 것이다.
시민권 뿐만 아니라 이제는 영주권 신청시까지 영어를 요구하는 추세이다. 즉, 새로운 포괄적 이민법안 속에는 2006년 4월 5일 이전에 5년 이상 불법체류 한 자에게 영주권 획득의 길을 열어 주고 있는데, 그 조건 중의 하나는 영어와 사회상식 테스트이다. 즉, 시민권 신청시에만 영어 구사능력을 요구 했는데, 이제는 영주권 신청시에도 영어능력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영어가 미국의 국어가 되면, 제일 먼저 문제가 되는 것은 투표용지가 영어로만 되는 것이다. 현재는 1975년도 투표권 법안 제 203조에 의해 다중언어 투표용지 사용이 가능하다. 일부 미연방 하원 의원은 이미 이 법안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소수민족의 정치참여를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1975년 투표법안은 소수민족의 정치참여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당분간은 계속 유효하리라 생각된다. 미 시민권 신청시 영어능력을 검증 받았기 때문에 다중언어의 투표용지가 필요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현행 이민법을 집행하는 차원에서 영어를 국어로 공식화 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다. 영어는 하루 아침에 숙달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공문서를 영어로만 고집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우기 투표용지는 단순히 영어만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고 법률적, 정치적 용어도 포함되어 있는 만큼, 기본 영어를 하는 사람도 이해를 못해, 신성한 투표권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영어를 미국의 국어로 제한하는 것은 국수주의로의 진입을 뜻 할 수 있다. 더우기 이제는 미국 사회가 멜팅팟(melting pot)이 아니라 샐러드바(salad bar)로 전환하고 있다. 즉 하나로 동화 되기 보다는 다양성을 통한 화합된 이민의 나라 미국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을 미국답게 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의 번영을 위해서라도, 영어를 국어로 만드는 시도는 반드시 재고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