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고시 합격은 ‘가문의 영광’

미국의 법대교육 한국과 다르다

법과대학 교육은 법치주의의 시작이다. 한국에서 대학 졸업하기 전에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집안의 경사요, 머리 좋다고 칭찬해주는 한국사회. 학교수업이나 인간관계는 접어두고 ‘육법전서’들고 일찍이 절에 들어가거나 고시원으로 향하는 것이 한국의 법조인 양성풍토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굳어진 장원급제가 고시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옛날에 장원급제만 하면, 하루 아침에 출세하고 가문의 명예를 세웠다. 그래서 장원급제는 모든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요, 권력지향의 첫걸음이다.?이러한 고시의 전통 때문에 자신과 가문을 위해 죽기살기로 공부하는 고시생들. 대학 재학중 사법고시를 통과하면 곧장 사법 연수원으로 가기도 하고 만약 고시에 떨어지면 대학원에 등록한 뒤 고시공부를 계속하곤 한다.?즉 법과대학은 강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독학하며, 사법고시 시험과목에 충실하는 시험위주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래서 인격수양이나 전문성 확보가 힘든 것이다. 주장하기는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이 대학원 과정과 같아서 이런 문제는 해결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제도와 비교해 볼 때 많은 차이가 있다.

재미동포 부모님은 자녀가 미국법대에 입학하길 원한다. 한국에서 품고있던 관념이 미국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고등학교 졸업하는 아이에게 법대 입학을 권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4년제 일반 대학에 법과대학이 없다. 바로 이점이 한국학교와 틀린 점이다. 미국에서는 4년제 대학을 나온 뒤, 대학원 과정인 로스쿨(Law School)에 입학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법과 대학인 것이다.

로스쿨을 졸업하면 법학박사 학위를 줌과 동시에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미국에선 한국판 고시공부는 필요없고 로스쿨 공부에 충실한 사람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있는 제도이다. 즉 변호사 시험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로스쿨 입학이 어렵다고 보면 된다.?로스쿨에 입학하기 위래서는 특별한 전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뒤 그 전공을 살리기 위해 로스쿨을 입학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공대생은 나중에 지적 소유권 전문 변호사가 되고 회계학을 공부한 이는 세법 전문 변호사가 될 수 있다. 의과 대학을 나온 사람은 의학 용어나 수술 절차 등을 잘 이해하고 있어 의료사건 전문 변호사가 되면 그 분야에서 뛰어난 변호를 할 수 있다.

요즘 많이 개선된 것 같으나, 아직도 한국에서는 법을 하는 여자는 ‘팔자가 세다’든지 ‘돌’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미국의 로스쿨 입학생의 약 절반은 여학생이다. 법조인이 되는 길에는 남녀의 차별이 없는 것이다.?로스쿨의 수업은 소크라테스식 토론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한국식 법조문이나 이론 암기가 아니라 케이스를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자신의 주장을 펴고 남의 의견을 듣는 방법으로 공부한다. 동료학생과 더불어 사회의 일원으로서 변호사 훈련을 받는 로스쿨 학생은 분명 한국의 법과학생과 다르다.?법대 교육과 법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뀔 때 법은 나와 가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다가올 것이다. 그 때 우리는 법과 더 가까워 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