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 존중하는 미국… 자동시민권 부여 법안 상정-
대한민국 헌법은 제정된 이후 수차례 개정을 거듭하고 있다. 초창기 이래 각계각층의 뜻과 의지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조선 왕조 500년 동안 뿌리 박았던 양반과 상놈의 계급사회.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역사와 문화속에 자리잡고 있는 차별의식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의연중 한국의 헌법에 나타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지라.
차별중에 제일 큰 차별 중의 하나는 혼혈인 차별이다. 대한민국 헌법 39조 1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다.
여기에서 국민이란 남성만을 의미한다. 따라서 병역의 의무가 없는 여성과 장애인은 국민도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 심한 것은 혼혈인 남자는 남성임에도 국민이 아니다. 왜냐하면, 병역법 시행령 조항에 의해 병역의무조차 거절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명백히 한국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된 법률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위헌여부에 대해 헌법 재판소에 심판을 요구하지 않았다.
왜 하필이면 혼혈인 잇슈 가지고 호들갑 이냐고 따질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나 잊혀진 그리고 생각하기도 싫은 제일 차별받는 사람(혼혈인)을 의식하게 될 때, 우리는 나머지 모든 차별들까지 생각할 여유가 생기리라. 이를 위해 한국에서 뛰어줄 인권 변호사는 어디에 있는지!
미국 헌법은 200년의 세월동안 한번도 안 바뀌었다. 그 이유는 헌법을 만들때 각계각층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민주적이고 평등주의에 입각하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미국 임에도 불구하고, 혼혈인들에게는 영주권만 부여하고, 시민권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
아버지가 미국인이면 당연히 시민권자가 되어야 하는데, 그들의 독특한 상황 때문에, 아직까지 차별속에 묻혀 있었다.
놀랍게도 지난 3월, 한국계 혼혈인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자는 “2004 아메리시안 시민권 부여 법안, H.R. 3987”이 미하원에 상정되었다.
그동안 한인들은 우리를 차별하는 법안이나 부당한 대우에 줄곧 저항해 왔다. 이같은 수동적인 대응을 하고도 다른 소수민족을 위한 법안이 만들어질 때마다 한인들은 어부지리로 연방 정부 차원의 이민 혜택을 받아왔다.
지금까지 한인들에 의해 그리고 한인을 위한 법안이 미 연방 국회에 상정된 경우는 극히 드문게 사실이다.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며 살아온 것이다. 처음으로 한인에 의해 제출된 이 법안은 단지 한국계 혼혈인 뿐만 아니라, 다른 4개국 혼혈인까지 혜택을 나눠주는 적극적이며, 능동적인 법안이다. 따라서 법안의 내용인 혼혈인 잇슈도 중요하지만, 한인의 첫 정치 참여라는 의미 또한 막중하다.
미주 한인 전체의 호응으로 이 법안이 통과되는 선례를 남길 때, 앞으로 다른 법안들도 쉽게 국회에 상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혼혈인에게 무엇을 베풀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통해 우리가 미국의 정치를 배우고 있다고나 할까. 즉 그들은 우리의 정치 선생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