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민, 희망을 잃지 말아야

요즘 취업이민으로 영주권 신청을 한 사람들의 걱정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는 최근에 하원에서 국가별 취업 영주권 발급 숫자 제한을 철폐하는 법안(H.R. 3012)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 상원에서의 통과와 대통령 서명이 남아있지만 영주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많은 한인들은 벌써부터 악몽을 꾸고 있다.

원래 이민법에 의하면 어느 특정 국가는 전체 영주권 발급에서 7%를 넘지 못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취업이민 신청을 많이 한 중국과 인도의 경우는 이미 7%가 넘어서 보통 한국 사람들의 대기기간보다 훨씬 더 길다. 예를 들면, 취업이민의 3순위 숙련공의 경우, 중국은 약 1년 6개월, 인도의 경우는 약 3년 6개월 정도를 더 기다려야 한다. 취업이민 2순위의 경우, 한국은 지금 오픈되어있는데 중국과 인도는 약 4년을 기다려야 한다.

중국과 인도 출신을 더 받아들이기 위해, 첨단 과학 기술 분야인 STEM(과학, 응용과학, 공학, 수학) 분야의 고급인력의 미국 유치를 가속화 한다는 이유로 ‘고급인력 이민자 공정대우 법안(Fairness for High-Skilled Immigration Act)’이 제출되어 하원에서 통과된 것이다. 현재 제 2순위 취업 신청의 직종은 매우 다양하여 단순히 STEM분야 만이 아니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한다 할지라도 중국이나 인도의 대기기간은 여전히 남을 수도 있다.

“이민은 정치이다”라고 했듯이, 이 법안의 취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내년 대통령 선거에 중국과 인도사람들의 표를 의식하여 그들의 대기기간을 줄여서 선심을 쓰는데 있지 않냐는 해석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한인들이 가장 많이 신청하는 취업이민의 3순위의 경우, 몇 수 십년을 기다려야 할 지 모는 일이다. 그래서 한인들이 벌써부터 잠을 설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취업이민의 희망의 불꽃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미국 취업이민의 기둥은 여전히 3순위의 숙련공과 비숙련공이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제일 필요로 하는 3순위의 직종을 무한정 미룬다면 기업체나 개인 비지네스에 상당한 경제적 파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어 중국과 인도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게 되면, 이는 분명히 형평상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이를 시정하기 위한 대안이 반드시 나오리라 생각한다.

지금부터 약 15년 전에 미의회에서 가족이민 4순위인 시민권자의 형제자매를 철폐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그때 아시아 계통의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서 가족 상봉을 막는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반박을 하여,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추첨이민이란 것이 신설됐다. 즉 현재의 이민법은 최근에 이민 온 아시아 계통 사람들만 혜택을 보고 오래 전에 미국에 온 유럽인들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이 혜택을 보지 못하기에 추첨을 통해 그 나라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이민의 씨앗을 뿌려주는 추첨이민 제도가 탄생하게 됐던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아직도 형평의 원칙이 통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지금은 미리 걱정할 때가 아니라, 미리 희망을 가질 때이다. 아직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지 않았다. 만약 통과를 한다고 하더라도, 강한 로비를 통해 과거 미사용분 30여만개의 영주권 쿼터를 복원해 사용하게 하거나, 취업이민 2순위를 국가별 쿼터에 관계없이 항상 오픈해 주는 대안도 고려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번 법안이 의도했던 목적도 달성하고, 또한 지금까지 묵묵히 기다려온 많은 한인들에게도 큰 희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