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혼났어요.“
A씨는 10년짜리 미국 방문비자가 있어서 그동안 아무 탈이 없이 미국을 자주 들어왔다. 이번에 가족이 모두 함께 입국하게 됐는데 이민국 검열대를 통과할 때 가족 전체가 입국하면 의심 받을 수도 있으니 A씨는 따로 혼자 줄을 서고 부인과 두 자녀는 다른 줄로 나오기로 했다.
A씨 부인과 두 자녀는 6개월 체류기간을 받고 공항을 잘 빠져나왔는데 그만 A씨가 걸린 것이다. 공항 이민국 직원과 이야기하던 중 가족이 같이 왔는데 따로 줄을 선 것이 탄로가 나면서였다.
A씨는 제2 검열대로 넘겨졌고 이민국 직원은 입국 목적과 가족이 같이 온 이유 등을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통역관을 통해서 이리저리 설명하고 변명한 뒤 이민국 직원은 한달 체류허가를 해주면서 미국 입국을 허용했다. 통역관 말에 의하면 그 다음 비행기로 강제출국 시킬 수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운좋게 입국을 허락해 줬다는 것.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와서 자녀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킬 수 있는 길은 없는지 상담을 요청해 왔다. 그리고 가능하면 가족이 같이 이곳에 남아 있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래서 A씨의 체류허가증(I-94)을 보자고 했다. 체류허가증에는 체류허용 기간이 한달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체류허가증 뒷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NO COS, AOS, EOS“ 이 말의 뜻은 미국 내에서 “방문비자 연장 불가, 비자 변경 불가, 영주권 인터뷰 불가“라는 뜻이다.
공항 이민국 직원의 의심을 받아서 이런 문구가 체류허가증 뒤에 기입된 것이다. 즉 한달 방문기간이 끝나면 돌아가라는 뜻이다.
A씨에게 아무 조치를 할 수 없으니 그냥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해 드렸다. 물론 남은 가족들도 이산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 같이 한달 체류기간이 넘기 전에 나가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미국 공항을 나올 때 대부분은 체류허가증(I-94)을 거의 보지 않는다. 체류허가증에 몇개월이 찍혀 있는지 아니면 무슨 체류비자를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민법을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하여튼 굉장히 위험한 습관이다.
어떤 교환교수는 연수비자를 받고 체류하는 동안 공항 이민국 직원의 실수로 체류기간을 1년만 받아서 연수기간 2년을 체류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불법체류가 된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 공항에 들어올 때에는 반드시 체류허가증을 확인해야 한다. 잘못이 있거나 요구사항이 있을 경우 공항 이민국 직원에게 말하면 체류허가증을 수정해 주거나 혹은 재발급도 그 자리에서 해줄 수 있다.
체류허가증은 미국 체류신분과 체류기간을 허락하는 중요한 서류인 만큼 입국시 꼭 확인하여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유념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