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총무님 전상서

그간 별고 없으신지요? 이곳 워싱턴 식구들은 별탈없이 잘 지내고 있읍니다. 항상 마음은 있으면서도, 글로 사랑을 미처 전하지 못한 불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요.
오늘 저녁 총무님 제1주기 추모예배 중, 총무님의 사랑을 글로 다 표현 할 수 없었기에 그동안 펜을 감히 들 수 없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읍니다.
지금 그곳에서도 천국 YMCA를 운영하고 계실 총무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돌이켜 보건대,총무님과 저는 탁구때문에 만났죠. 그리고 또한 탁구때문에 총무님과 저는 헤어져야만 했었죠.
“YMCA 주최 교회 친선 탁구대회”가 끝난 뒤, 그 무거운 탁구대를 직접 옮기셨던 총무님.
자신의 나이도 잊으시고 무리하게 몸으로 떼우시다가 결국 쓰러지셨지요. 그후 총무님께서는 그렇게 제곁을 그리고 워싱턴을 떠나신 것이 아픈 슬픔으로 남아 있읍니다.
언젠가 안타까운 마음에 총무님에게 탁구공처럼 둥글게 사시라고 조언드린 것 생각나세요?
총무님은 탁구공이 찌그러지고 찢어질 망정 사람과 타협하지 않으신 고집은 잊을 수가 없읍니다. 즉 사람에게 인정받기를 거부하시고, 하나님께 인정 받는 것이 더 고귀한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지요.
청소년 한사람 한사람 대하길 예수처럼 대하신 총무님. 그래서 지금은 그 청소년들이 자라 총무님의 지난 모습 속에서 예수님의 그림자를 보고 있읍니다.
총무님, 기쁜 소식이 하나 있읍니다. 총무님의 인생이 한권의 책으로 발행 되었읍니다.
책의 이름은 “행복한 수박장수”입니다.
책을 읽는 순간, 총무님의 몸과 삶이 책을 통해 다시 부활하신 듯 우리를 사로 잡았읍니다.
놀란 것은 총무님의 책마저 총무님의 옛날 모습을 그대로 빼어 박았읍니다. 그것은 바로 책속에 책의 정가 가격이 없는 것 입니다. 벌써 베스트 셀러마저 의식하지 않고있나 봅니다.
그토록 한인과 YMCA를 사랑하셨기에 자신은 세상의 빚더미를 안고 떠나셨던 총무님.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총무님의 사랑에 빚진 자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읍니다.
이러한 고백을 총무님 살아 생전에 나누지 못한 아쉬움때문에 가슴이 메어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탓 만이 아니라 총무님의 탓도 좀 있읍니다. 왜냐하면 좋다 싫다는 표현을 잘 하지 않으셨던 총무님의 무뚝뚝한 성품을 보고, 은연중 우리도 따라 배웠기 때문입니다.
오늘따라 총무님이 몹시 보고 싶군요. 탁구대를 옮기시지 않아도 되는 그곳에서 탁구 연습을 하시는 총무님의 둥근 얼굴을 그려 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천국 친선 탁구 대회”를 하자고 도전장을 내미실 총무님의 익살을 미리 봅니다.
총무님! 워싱턴의 하나의 밀알이 되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부탁하옵기는 그 하나의 밀알이 자라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십시요.
앞으로 틈나는 대로 자주 안부 전하겠읍니다
그때까지 내내 평강하시길 바라오며, 난필 이만 총총….

전종준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