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아버지의 첫 ‘선천적 복수국적 헌소’
한국헌법재판소가 22일(한국시간)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인 2세의 미국인 아버지 브라이언 헌트(가명)씨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8일 만에 사전심사 통과 결정을 내렸다.
헌트씨는 지난 14일 국적이탈 신고시에 가족관계등록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함으로써 미국인 아버지도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하도록 규정한 한국 국적법 시행규칙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헌법소원을 냈었다. 한인여성과 결혼해 아들을 두고 있는 헌트씨는 현재 국가기밀정보를 다루는 직위에 있으면서 한국국적법에 따라 혼인신고와 아들의 출생신고를 할 경우 국가안보관련규정 위반으로 본인의 직위가 위태롭게 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8차에 걸친 헌법소원을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권리 보호에 앞장서 온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는 “사상 최초로 한국에 연고가 없는 미국인이 해외에서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사전심사를 통과시킨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제 인권적 관점에서 진일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미국인 아버지에게 개인 신상정보 제공 및 등록을 강요하는 위헌적인 국적법 시행규칙은 청구인의 심각한 기본권 침해를 유발하는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인 규정이며 또한 한미 동맹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헌재의 조속한 위헌 판결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헌트 씨의 대리인인 임국희 변호사는 “작년 9월 사전심사를 통과한 제닛 최의 케이스는 국적이탈 신고시 부모의 혼인신고와 출생신고를 선행절차로 요구하는 현행 국적법 시행규칙 조항이 국적이탈 신고자 본인의 국적이탈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그런 신고의무가 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트씨의 헌법소원까지 피해 범위가 확대되고 있음이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전심사 통과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국적법 시행규칙 위헌으로 사전심사를 통과한 두 개의 사건을 병합해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헌법재판소의 2020년 국적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이어 이번 국적법 시행규칙의 위헌 결정까지 나오게 된다면, 국회는 국적법에 대한 전반적인 개정작업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