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Sep
미국 처가집
처가집을 다녀왔다.
미국인 아내 덕분에 미국 처가집을 간 셈이다.
처가집엘 가면 의례 씨암닭을 잡는 법인데
미국 처가집엔 씨암닭 국물도 없다.
아들, 딸 자식을 차별하지 않고, 평등하게 대하는 처가집.
그러니 미국 처가집에선 씨암닭이 없을 수 밖에….
오래간만에 찾는 처가집.
여자가 친정엘 가면 의례 선물을 사는 법인데,
아내의 손엔 장모님의 선물이 없다.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을 돈이나 물질로 표현하지 않는 처가집.
그러니 만남 그 자체가 큰 선물이 될 수 밖에….
올해 장모님의 나이 91세.
늙고 외로운 삶이면 의례 자식을 의존하는 법인데,
장모님댁엔 같이 사는 자식이 없다.
자식이 같이 살자해도, 부모가 독립해 사는 처가집.
그러니 가정중심의 사회가 될 수 밖에….
바베큐 파티에 다 모인 형제, 자매.
형제간에 부딪히다 보면 의례 원수가 되는 법인데,
처가집엔 서로 미워하는 식구가 없다.
남의 삶에 간섭않고, 이용하지 않는 처가집.
그러니 형제간에 화목할 수 밖에….
미중부 백인 가정의 한국인 사위.
외국인과 결혼하면 의례 거부반응이 있는법 인데,
처가집에선 나를 따돌리는 사람이 없다.
문화와 인종이 다르더라도, 가족을 껴안는 처가집.
그러니 둘째 언니의 아들이 월남 아가씨와 사귀는 것을 자랑 할 수 밖에….
처가집을 다녀올 때마다
아직도 미국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러나, 씨암닭 대신
참사랑을 배불리 먹고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