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식 상담문화 미국에선 곤란 –
사무장님 좀 바꿔주세요.”간혹 필자의 사무실에 걸려오는 전화이다. 미국에선 흔하지 않은 한국식 사무장제도가 한인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그래서 상담의 주체가 변호사가 아니고 사무장으로 바뀔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
많은 한인들을 상담하면서 공통되게 느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담 올 때 이미 자기가 결정을 해놓고 온다는 사실이다.
“그렇죠, 맞죠?”“누가 그러는데, 틀림 없지요?”등으로 질문하면서 상담을 들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고 자기 쪽으로 맞춰서 대답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상담을 해 주어도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듣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 사건이 꼬이기 일쑤이다.
상담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인들이 저지르는 실수 중의 또 하나는 변호사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하러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먼저 변호사와 상담을 한 다음에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어느 정도 처리한 다음 와서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사건을 망가뜨려 놓은 후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건을 의뢰할 땐 항상 “빨리 빨리”해달라고 요구한다.“미국에선 절차와 순서에 따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요구된다.”고 설명하면 “돈은 달라는대로 줄 테니 빨리만 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에선 돈이면 다 해결될지 모르지만 미국에선 그것이 안 통한다고 설명하면 그런 답이 어디 있냐며 신경질부터 낸다. 그리고 나서는 “100% 개런티(보장)하지요?”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100% 개런티할 수 있다면 제가 도사를 하고 있지 변호사를 하겠냐”고 농담조로 설명한다.
때론 상담을 하던 중 조건이 도저히 안 맞아서 “진행을 할 수가 없습니다.”고 말씀드리면 몹시 기분 나빠하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변호사만 찾으면 되는 것으로 믿고 왔는데 안되면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할 수 없다고 법적으로 분석해준 뒤, 직원이 상담비를 청구하면 “일을 안 맡는데 왜 상담비를 내야 하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이러한 잘못된 상담문화 때문에, 그리고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한국인 때문에 이민사기극이 계속 신문의 사회면을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와 상담을 나눈 크라이언트(고객) 중에 불평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안다.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니 고객과 상담중에 전화를 받아 준 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밀려오는 온갖 궁금증 전화에 하나라도 더 답해주고 싶은 마음에 전화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둘러서 끊게되고 앞에 계신 고객도 좋아할리 없어 결국 양쪽에서 불평을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때서야 깨달음이 왔다. 고객상담 중일지라도 전화를 받아 준 것은 모든 고객에게 서비스를 한다는 고객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자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두가지를 동시에 완벽하게 할수 있는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에대한 정성이라고 정당화하려 했던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몇달 전부터는 상담중에는 절대로 전화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아주 유감스런 소식을 들었다. “성사될 수 없다.”고 말할 때의 말투가 기분 나빴다며 격한 감정으로 다른 사무실을 찾아가서 일을 맡겼는데, 그 사무실이 이민사기로 걸리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게된 분의 딱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조금만 더 친절했더라면 그러한 피해는 당하지 않았을텐데…” 죄송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상담문화 및 상담자의 자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