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나랏님을 물러나게 하다니

미국의 대통령 탄핵 결정권은 국회에 속한다
한국 대통령 탄핵제도는 모순이 있다

탄핵 쿠데타다” “국회를 해산하라”마치 군사 쿠데타 시절 때 외첬던 구호와 매우 흡사하다. 한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노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나온 말들이다.
조선왕조 500년 그리고 유신체제에 이르기까지 굳어진 ‘제왕적 대통령’에 도전장을 낸 셈이다. 그동안의 한국인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 어떻게 감히 나랏님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탄핵 소추권 제도에 대한 법적 재조명의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
먼저 한국의 헌법은 대통령의 탄핵을 매우 까다롭게 만들었다.
과연 이것이 대통령의 탄핵소추 문제는 국가의 최고 중대사이기에 신중을 기하고자 한 것인지 아니면, 군사정권 때부터 굳어진 제왕적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방탄조끼인가.

한국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은 국회재적 3분의 2의 정족수를 요구하기 때문에, 여태까지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 조차 감히 시도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 되었다고 해서, 대통령이 옷을 벗는 것도 아니다. 즉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 못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최종결정권을 행사하게 되어있다.

만약 대통령 탄핵 소추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개입이 국가의 최고 중대사이기 때문이라면, 이전에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에 대한 최종심판은 왜 헌법재판소가 하지 않았던가. 왜 유독 대통령의 탄핵 소추권 최종 결정권만 아직도 헌법재판소에 남아 있는가.

이는 곧 대통령이 국회 위에 있으며, 또한 대통령이 국민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상징인가.
따라서 한국은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의 삼권 분립하에 있는 않고, 헌법 재판소가 끼어 들어서 사권분립하에 있는 독특한 제도가 아닌가.
또한 미 대법원 판사의 종신제와 달리, 임기제인 헌법재판소의 판사들이 얼마나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는가는 계속 숙제로 남은 것이다.

반면에 미국의 대통령 탄핵소추권은 국회에 속한다.
왜냐하면, 국회는 국민의 의지와 뜻이 모인 곳이고, 국민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미하원은 과반수의 정족수로 탄핵소추안을 발의 할 수 있다.
닉슨대통령은 하원의 심의 과정중에 대통령직을 스스로 사임 하였다.
하원에서 탄핵 발의가 채택되면 상원에서는 3분의 2의 정족수로 탄핵소추를 확정시킨다.

미 역사상 두명의 전직 대통령(잭슨, 클린턴)이 미상원에서 탄핵소추가 되었으나, 3분의 2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 되었다.
궁극적으로 완벽한 법제도는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국민을 대통령 보다 우선하는 제도는 분명 민주적인 법제도 임에는 틀림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