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문화 없는 한국 툭하면 『명예훼손』으로 겁주기 일쑤 언론과 표현의 자유 인정하는 미국 『괘씸죄』 성립안돼

얼마전 필자는 한국의 모 TV 방송국의 인기프로인 심야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물론 워싱톤 DC에서 국제통화로 참여 하였는데, 심야 토론회가 생방송인 관계로 사회자가 필자를 부르기 전까지 참석자들이 열나게 공방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이때 느낀 것은 한국에서의 토론은 토론이 아니라 말싸움 그 자체였다. 즉 상대방이 말을 하고 있는데, 이를 듣지도 않고 말을 가로채서 하고 싶은 말을 떠들어 대는 것이다. 결국 두사람이 동시에 혈전을 벌이고 있으니,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이것이 바로 한국식 토론 문화 그 자체인 것이다.

토론문화가 정착 되어 있지 않은 한국사회에서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그리고 국회에서도 목소리 큰 사람이 혹은 법률관계를 따지 다가도 치욕적인 패배감을 맛보면, 으례 하는 말이 “명예 훼손죄로 고소하겠다”는 으름장이다.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죄를 형법에서 다루기 때문에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그러나 가끔 문제가 되는 것은 명예훼손의 시작이 ‘육법전서’에도 언급되어 있지 않는 ‘괘씸죄’가 시발점이 될 때도 있다. 즉 사건진상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자료 제출이나 논리 정연한 반박을 하기도 전에 감정을 먼저 앞세워 곧장 검찰행을 택하는 경우가 그렇다. 이러한 한국식 토론문화와 법제도에 익숙한 재미동포는 아직도 한국식 의식을 강조하다 보니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조선왕조와 군사정권 시대를 지나면서, 국민의 입을 막고, 눈늘 가리고, 귀를 막아 왔으니 하루 아침에 민주적인 토론이 될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목소리 큰사람이 그리고 권위 주의를 내세우는 사람이 매사를 주도 하다보니, 미국사회에서 한인 가정이 깨지고, 교회가 갈라지고 한인 사회가 찢어지고, 그리고 한민족이 나누어지고 있다. 비민주적인 토론문화가 민족과 국가를 파멸시키는 요소인줄도 모르고, 그것이 아름다운 한국전통으로 여기고 있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미국 사회나 국회에서 하는 토의 과정을 보면, 흑백논리 보다는 회색논리를 바탕으로 토의가 진행된다. 한국에서는 회색 논리가 주관이 없는 사람이 택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으나, 미국에서는 극단이 아닌 중도의 노선을 걷는 사람이 회색논리를 전개한다. 회색논리가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이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종하고, 일단 토론의 결론이 내려지면 반대했던 사람들도 대다수의 의견을 받아 들이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의 시작이며, 대화를 통한 설득과 타협의 산물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명예훼손을 형법에서 다루지 않고, 헌법상 언론, 출판의 자유에서 취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예훼손을 한국처럼 형사 사건으로 취급할 경우, 언론과 출판에 관련된 자유의사 표현을 크게 위축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서는 명예훼손을 민사사건으로 다루고 있으며, 거짓 사실 유포가 아닌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이 법에 의한 지배를 실현 시킬수 있었던 것도 바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러한 미국사회에서, 목소리 작은 사람의 의견도 크게 울려 퍼지는 민주적인 한인 사회가 이룩되길 바란다.

그렇게 되면, 가정이 회복되고, 교회가 살아나고, 한인 그리고 한민족이 뭉칠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