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생들에게 또 하나의 비상이 걸렸다.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F-1 유학생의 OPT(전공실습 허가)에 새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칙안을 내놨다. 최초 OPT에는 학생 1인당 7만 달러, 이후 OPT에는 3만 달러를 매기는 내용이다. 신규 H-1B(전문직 단기 취업비자) 청원에 10만 달러 수수료가 추진된 데 이어 나온 조치라, 유학과 취업 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규칙안은 지난 7일 발표된 데 이어 8일 연방관보에 게재돼, 3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7만 달러는 학생이 아니라 학교가 낸다. 대학이 규칙 시행 이후 학생을 처음 OPT에 추천할 때 7만 달러를, 같은 학생이 추가로 OPT를 할 때마다 3만 달러를 납부해야 한다. 졸업 전 OPT, 졸업 후 OPT, STEM OPT(이공계 중심)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며, 납부 전에는 학교가 OPT를 추천할 수 없다. 특정 고용주와는 연계되지 않고, 걷힌 수수료는 연방 재무부로 들어간다.
트럼프 행정부는 OPT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당국이 조사할 수 있는 기업 수를 크게 넘어섰고, 이 프로그램이 사기의 온상이 됐다고 주장한다. 수수료로 학교가 추천 대상을 더 엄격하게 고르게 해 사기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유학생들에게 OPT는 곧 취업비자와 이민으로 이어지는 통로인 만큼, OPT 참여가 줄면 그 길도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영향받는 규모는 크다. DHS 추산으로 2024년 OPT 참가자는 약 19만 4천 명, STEM OPT 참가자는 약 9만 5천 명이다. 현재 학생이 내는 OPT 신청 수수료는 500달러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학이 7만 달러를 내야 하는 만큼, 학교가 비용을 떠안을지 학생이나 고용주에게 넘길지가 관건이다. 학교가 학생에게 부담을 돌린다면, 돈이 없는 유학생은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해 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법적 공방도 예고됐다. 쟁점은 ‘사기 차단’이냐 ‘권한 밖’이냐로 모아질 전망이다. 외국인 STEM 인재 유치를 옹호하는 단체와 일부 이민 옹호 단체들은 DHS에 7만 달러 수수료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제도가 차단되더라도 이미 OPT 제도에 입힌 타격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수수료가 이민 업무 기관이 아닌 재무부로 들어가는 만큼, 수수료의 투명성과 사용 목적이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규칙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되거나 지연되거나 소송에 걸릴 수 있다. 규칙안에 따르면 시행 전에 이미 OPT 승인을 받은 학생은 새 수수료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수수료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F-1 학생비자에서 OPT, H-1B로 이어지는 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사기 방지와 자국민 일자리 보호를 내세우지만, 유학생들에게는 사실상 미국에 오지 말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