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부 감사서 공식 제기 “무고한 미주 한인 2세들 잠재적 병역기피자 만들어”
▶ 법리 상반 형식적 답변만
미주 한인 2세들의 족쇄가 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가 한국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식 제기됐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김홍걸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국감 질문을 통해 ‘해외 출생 이후 17년 이상 계속하여 외국에 주된 생활의 근거를 두고 있는 복수국적자에게 한국국적이 자동 상실되게 하는 법안’이 10명의 국회의원 서명을 통해 곧 발의, 상정이 추진된다며 이 문제를 공식 질문했다.
이날 김홍걸 의원은 재외동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이슈로 제기되고 있는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문제점에 대해 “법무부와 재외공관이 동일한 사항에 대해 다르게 해석하고 답변이 달라 부처간의 소통이 되지 않고 혼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국적이탈 미신고자가 한국을 방문하고자 할 경우 법무부에서는 90일 이내 방문은 가능하다고 하고, 미주 총영사관에서는 한국 방문에 책임을 질 수 없다는 공문 서류를 토대로 한 질문이었다.
김 의원은 “원정출산을 통한 병역기피자를 막겠다고 2005년에 개정법이 통과됐는데 오히려 이민 출산자까지 확대 적용돼 한인 2세들을 잠재적 병역기피자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2020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으나 2021년 국회가 통과시킨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가 국적선택 신고기간 연장 수준에 불과해 피해자가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먼저 국적이탈 신청을 하려면 일단 해당자 자신이 국적선택을 해야 할 복수국적자인 것을 알아야 한다. 다음에 부모의 혼인 신고 및 국적 상실 신고와 자녀의 출생 신고 및 국적 이탈 신고 등을 모두 재외공관에서 마쳐야 한다. 그 뒤에 법무부 추가 소명 절차를 한 1년 넘게 밟은 다음에 국적선택이 되는데, 이게 첫 단계부터 어렵고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절차의 불합리와 부당함을 호소하는 탄원서에 대해 법무부가 해외대상자의 주소지 파악이 불가능하기에 국적선택에 대한 개별적 통보가 없었음을 양해해 주길 바란다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며 “이는 법무부가 현행 국적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만큼 재외동포의 행복추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현행법을 서둘러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질의에 대해 박진 외교부장관은 “국적법을 알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인식하고 있다”며 “개선할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부연 설명에서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적법을 널리 알리고 몰라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라서 피해가 있을 경우에는 구제책을 써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겠다”면서 “국적법 개정을 위해서는 국내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0여년 이상을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정에 매달려 온 전종준 변호사는 “외교통상부 장관과 재외동포청장은 국적이탈에 대해 모르는 사람에 대한 개선을 강조했는데, 이는 법무부가 국적이탈을 못해 병역의무가 부과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개별적 통보가 불가능한 것을 양해해 달라고 인정한 법리와 상반된 형식적인 답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원정출산과 이민 출산을 이해 못하는 국내여론을 어떻게 홍보하여 바꾸겠다는 의지 표현 없이 단지 국내여론이 바뀌어야 개선이 될 수 있다는 소극적 답변은 재외동포를 외면한 직무유기적 답변”이라고 지적했다.
전 변호사는 “이번 ‘김홍걸 법안’은 남녀 구분 없이 한국에 출생신고를 했는지 여부에 상관없이 적용되며, 출생일로 소급해 국적이 자동상실 되도록 했다”면서 “이번 국감에서 공식제기됐으니 조속한 시일내에 발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