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 2세 토마스 잔슨 군, 한국 법무부 상대로
▶ 전종준 변호사 “동포들 적극 목소리 내는 계기 되길”
전종준 변호사가 7일 인터넷으로 행정소송 접수를 살펴보고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미국 유수의 사관학교에 합격해 올가을 입학 예정인 한인 2세 토마스 잔슨(가명, 19) 군이 7일 한국 법무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국적이탈신고 반려처분이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행정의 투명성 원칙 등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재외공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번 소송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3인 재판부에서 심리하게 된다.
잔슨 군은 한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한인 2세로 만 18세가 되던 지난해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을 시도했으나 코로나 팬데믹 사태 하에서 모든 업무가 전면 온라인 예약제로 운영되는 바람에 기한 내에 해당 공관(뉴욕 총영사관)을 방문할 수 없었다. 더욱이 재외공관의 불충분한 안내, 복잡한 절차와 긴 처리기간으로 인해 국적이탈신고를 했는데도 몇 개월 늦었다는 사유로 거부당했다.
잔슨 군과 그 가족은 만 18세 전에 접수가 잘 됐다는 공관 직원의 잘못된 말을 믿고 미 사관학교 입학을 위한 신원조회서에 복수국적자가 아니라고 표시했으나 이후 잘못된 것을 알고 혹시라도 그로 인해 불이익이 있을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한다(본보 3월29일 A1면 보도).
잔슨 군은 반려처분이 취소되지 않으면 만 37세가 될 때까지 국적이탈을 못하고 복수국적자로서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그는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교가 될 계획인데 특히 군대의 경우 승진이나 보직에서 복수국적자에게 불이익이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외거주 복수국적자들의 국적법 관련 헌법소원을 이끌어온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는 “2005년 홍준표법의 여파로 출생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해외거주 모든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자들이 국적이탈 의무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이번의 경우는 팬데믹 사태와 행정당국의 고질적인 홍보 부족 및 편의주의로 인해 전도유망한 청년의 앞길에 걸림돌을 놓은 케이스”라며 “국적법의 복잡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속히 홍준표법 이전의 국적자동상실제도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잔슨 군의 한국 소송을 대리하는 임국희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본질은 잔슨 군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국적이탈신고를 위해 두 차례나 공관을 방문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뉴욕 총영사관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공관 방문을 제한해 놓고도 선(先)온라인 신청, 후(後)방문처리라는 비상조치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재외동포의 권익보호에 소홀했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번 행정소송은 국적업무와 관련된 법무부와 재외공관의 기존 업무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해외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반려처분을 받고도 이를 감수해야 했던 동포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변호사는 “재외동포의 권리와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적 관련 사안에 대하여 재외공관 홈페이지나 공지 사항 등은 누구나 쉽고 이해하기 쉬운 영어 또는 각 나라의 언어로 된 자료로 접근성을 보장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처럼 한국어를 할 수 있는 부모에 의존하지 않으면 국적이탈신고를 할 수 없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