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국회에서는 ‘국적유보제’를 도입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즉, 미국 등 외국에서 17년 이상 거주한 외국 태생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하게 하는 제도인 것이다. 이는 2005년 홍준표법이 통과된 지 거의 20년 만에 원위치를 찾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5차례에 걸쳐 헌법소원을 추진하는 동안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던 국회가, 드디어 국적법에 관심을 갖고 10여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개정안을 발의를 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헌법재판소는 곧 내가 추진해 온 5차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국회가 개정해야 할 국적유보제에 대한 올바른 입법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새로운 국적유보제는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만 18세가 될 때 한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남자 뿐만 아니라 여자도 한국 국적을 자동으로 상실하게 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현행 국적법에 따르면,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일 경우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어 국적이탈의무가 부여된다. 그리고 2010년 국적자동상실제도가 폐지되면서, 남자 뿐만 아니라 병역과 무관한 1988년 5월 5일 생 이후 여자들(현 만 31세)도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않는 한 복수국적자로 남게 된다. 이에 여자들 또한 주요 공직 진출에 큰 장애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 국적법에서는 반드시 남자와 여자를 명문화하여 여자도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새로운 국적유보제는 그동안 국적이탈을 못하였으나 17년 이상 외국에 거주한 조건이 충족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번 국회 개정안에서는 한국 국적을 이탈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나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 국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적이탈의 허가를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국적이탈의무에 대해 모르거나, 국적이탈 절차가 어렵고 복잡하여 실행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람들에게 먼저 한국 출생신고를 하게 한 다음, 다시 또 국적이탈 절차를 밟게 하는 것은 ‘행정낭비’일 뿐이다. 또한 그러한 절차를 거치는 과정에서 오히려 이중국적의 증거가 남게 되어 결국 공직진출의 지장을 초래하는, 불합리한 행정철차이다. 이들에게 국적이탈 허가제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또다른 ‘탁상행정’에 지나지 않으며, 이는 국적유보제의 의미와 목적을 퇴색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행 국적법의 위헌성을 고려하면, 새로운 국적유보제는 17년 이상 외국에 거주했으나 아직 국적이탈을 못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까지 소급적용 되어야 마땅하다. 다시 말해 1983년 5월 25일 생부터 선천적 복수국적이 된 남자들(현 만 36세)의 한국 국적이 자동으로 상실되어야만 합리적인 피해자 구제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국적유보제는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한국 호적에 올려진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도 허용하여야 한다. 미국이나 해외에서 출생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 중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조부나 부모의 의사에 의해 한국 호적에 올려진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들은 자신이 한국 호적에 올려져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이름도 자신이 외국에서 쓰는 이름과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을 때도 많다. 따라서 한국 국적을 선택할 의도가 전혀 없을 뿐더러 한국에서 어떤 혜택을 받은 적도 없는 자로서 17년 이상 외국 거주 조건을 충족하는 해외동포 2,3세의 경우에는 간단한 절차를 통해 국적이탈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수없이 설명하고 간청했던 잘못된 국적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하루속히 5차 헌법소원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면, 국회가 국적유보제 개정안에 대한 통과를 미루거나 혹은 저지하는 일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글로벌 한국을 뒷받침하는 ‘국적유보제’의 미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려 있다.
<전종준 변호사,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