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이 살자

개같이 웃자.
아침 일찍 일어나 산책준비를 한다.
아래층 계단 밑에서 개가 기다리고 있다.
주인을 보자마자 꼬리치며 방긋이 웃는다.
어떻게 개는 짜증스런 새벽부터, 저렇게 웃을 수 있을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개처럼 웃어보자.

개같이 겸손하자.
눈내린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다.
새벽의 찬공기에 산책길이 빙판이다.
두발가진 주인은 넘어지는데, 네발가진 개는 안 넘어진다.
어떻게 개는 낮은 자세로, 저렇게 고개 숙일 수 있을까.
교만할 상황이라 할지라도
개처럼 겸손하자.

개같이 사랑하자.
산책중에 다람쥐가 지나간다.
본능적으로 쫒다보니 주인이 넘어질뻔 한다.
괜히 한대얻어 맞고도, 주인을 끈질기게 따른다.
어떻게 개는 미운 사람까지, 저렇게 충성할 수 있을까.
사랑못할 상황이라 할지라도
개처럼 사랑하자.

개같이 웃기자.
산책후 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방귀소리에 놀라 알아보니 개가 범인이다.
웃는 주인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개의 무표정에 폭소한다.
어떻게 개는 창피를 모르고, 저렇게 태연할까.
웃기지 못할 상황이라 할지라도
개처럼 웃겨보자.

개같이 살자.
2006년 개의 해를 맞이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