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에 가려진 또 다른 입국 제한 대상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국적법은 가수 유승준 사례를 계기로 여러 차례 개정돼 왔다. 그러나 특정 사례에 대한 대응에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제도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과 파급효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 그 결과 국적법은 일관성과 체계성을 잃고 복잡하게 얽혀, 이른바 ‘누더기 법률’이 되었다.

유승준 사태는 끝난 사건이 아니라 아직도 진행 중인 사회적 논쟁이다. 최근 정부는 유승준을 비롯 고의적 병역 면탈자의 대한민국 입국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출입국관리법 근거 마련에 나서면서 논란은 다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다양한 병역 회피 문제는 외면한 채, 특정 상징적인 인물을 내세워 여론의 시선을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병역 미이행은 매국”이라고 밝힌 만큼, 그 원칙은 특정 개인에게만 적용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원정출산 예외자와 선천적 복수국적자 중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유승준 씨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입국 금지 대상에 포함해야 형평성과 일관성에 부합한다.

첫째, ‘원정출산 예외자’는 부모의 유학, 취업, 주재원 근무 등으로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동안 출생한 자녀로서,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한국 국적을 이탈하면 병역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부모가 해외 이민자가 아니라 여전히 대한민국에 주된 생활기반을 두고 있으며, 출생신고를 마친 뒤 부모와 함께 국내에서 거주하는 경우도 있다. 실질적으로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활하면서 국적 이탈을 통해 병역 의무를 면제받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병역 의무를 회피한 사람에 대한 입국 제한을 논의한다면, 원정출산 예외자를 둘러싼 제도적 특례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병역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입국 금지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고도 국적이탈을 허용하는 국적법 시행령 제17조 제3항을 우선 폐지해야 한다.

둘째,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해외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대한민국 국적자라면 자녀는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해외에서 자란 한인 2세다. 2005년 이른바 ‘홍준표법’ 개정 이후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말까지 국적이탈 신고를 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부과되는데, 당사자들은 이에 대한 정부의 통지조차 받지 못한 채 사실상 병역기피자로 취급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재외동포청이 차세대 동포 모국 초청 연수 등 각종 재외동포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입국과 국내 체류를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것은 정책적 일관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현행 제도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면, 향후 도입될 입국 금지 규정 또한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병역의무 종료 연령을 38세에서 43세로 연장하는 병역법 개정안이 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제도 변화가 병역 회피와 무관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들까지 병역 관련 제약의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재외동포 2·3세가 43세까지 한국 방문에 부담과 불안감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 2·3세의 입국을 제한하는 방향보다는 국적자동상실제를 재도입해 현행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여야 한다.

결국 국적법의 개정은 포퓰리즘적 접근이 아니라 국적 제도와 병역 의무의 정합성과 형평성 그리고 K-세계화 시대에 걸맞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