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미대사관 근무 발령 받고 한국행 준비 한인 2세 남편·20개월 아들 한국비자 거절당해
▶ “선천적 복수국적자, 외교관 동반자가족 비자 안돼”
8일 본보를 찾은 최새희(오른쪽부터)씨, 미셸 최 외교관, 전종준 변호사가 현행 선천적 복수국적법의 불합리성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부모를 따라 5세 때 메릴랜드에 이민 와 국무부 외교관이 돼 주한 미 대사관 발령을 받았으나 한인 2세인 남편이 ‘선천적 복수국적자’라는 이유로 한국정부로부터 외교관 배우자 비자를 거절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미국 외교관인 미셸 최씨의 남편 최새희(포토맥 거주)씨는 지난 주 비자를 받기 위해 워싱턴 총영사관을 찾았다가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해당돼 외교관 동반자 가족 비자를 줄 수 없다는 말에 적잖이 당황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현재 20개월인 아들도 선천적 복수국적라라서 비자를 내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최씨는 1987년생으로 필라델피아에서 출생 당시 부모가 영주권자여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었고 국적이탈을 위해서는 출생신고부터 해야 하며, 아들의 국적이탈을 위해서는 한국에 혼인신고부터 시작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내용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웠다.
부인 미셸씨의 다음 주부터의 한국 근무 시작에 맞춰 최씨 가족은 이삿짐을 이미 한국으로 보냈고 10일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발이 묶이게 됐다.
8일 남편과 함께 본보를 찾은 부인 미셸씨는 “어려서부터의 꿈이 외교관이었다. 메릴랜드 대학과 조지메이슨 대학 대학원,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국무부에 들어갔고 외교관의 꿈을 막 꽃피우려 하는데 ‘가족이냐 꿈이냐’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돼 너무 실망스럽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남편 최씨는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16가지 관련 서류와 최근 시행된 ‘국적이탈허가 신청서’와 해명 자료까지 제출하여야 하고 또한 일반 서류 처리 기간이 1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한다”며 “외교관인 아내의 발목을 잡게 된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한국에 가기 위해 비즈니스도 모두 정리했는데 모든 게 틀어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최근에 시행된 국적이탈허가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총영사관 공식 웹사이트에 가봤더니 한글로만 되어 있어 미국서 태어난 2세들은 이해 할 수 없었다. 국적이탈을 하려 해도 복잡한 과정과 그 많은 서류 번역 등으로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또 올 4월에 둘째가 태어나도 또 선천적 복수국적이라는 올가미에 씌워져 또다시 국적 시비로 고충을 겪게 될 것도 걱정이라고도 했다.
최씨가 국적이탈을 하려면 선행조건으로 부모의 국적 상실신청, 혼인신고(10가지 서류 요구), 및 본인의 출생신고(6가지 서류 요구) 등을 해야 한다. 최씨 본인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뉴욕에 사는 노부모가 내려와서 대신 최씨의 출생신고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
또한 최씨의 아들 국적이탈을 위해서도 최씨가 먼저 한국에 출생신고가 되어 있어야 아들도 한국에 출생신고를 한 뒤 국적이탈을 할 수 있게 된다.
최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전종준 변호사는 “병역과 무관한 미국 태생 한인 2세-3세에게 국적이탈 의무를 부과하고 국적이탈을 위해 출생신고를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고 ‘권리 없는 의무만 강요하는 것’이다. 하루속히 국적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씨처럼 외국 출생자로서 17년 이상 계속 외국에 거주한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남성과 여성 포함)은 출생 시까지 소급해 자동으로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되는 ‘국적유보제’를 도입하면 현행 국적법의 모순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