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성경, 한 손에 총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총

“크리스마스까지 살 수 있게 죽이지 말아주세요”
지난 주에 발생한 코네티컷 주의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어린아이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미국 역대 총기 사건 중 가장 어린 6-7세 초등학생이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미 언론은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2007년 버지니아 텍의 조승희학생의 32명 사살 사건과 이번에 28명의 희생자를 낸 사건과 비교 분석하고 있다. 미주 한인들에게는 다시 한번 악몽을 되살리게 하는 보도였다.

왜 하필이면 아무 것도 모르는 천진만한 아이들을 군사용 자동소총으로 그렇게 무참하게 살해했어야 했는가? 지금 이 세상은 어떻게 될라고 이지경까지 왔는가?

지난 대통령 대선에서도 총기규제에 대한 안건은 양 정당 후보가 적당히 피해가는 선에서 마무리 되었다. 미국 최고의 로비 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의 눈치만 살피다보니, 정치적 생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용기있는 정치인을 찾아보기가 힘든 현실이다. 이번에도 총기 로비단체에서는 “사람이 문제이지, 총기가 나쁜 것은 아니다” 라는 식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러나 군사용 자동 소총의 소유가 국민의 권리라고 계속 주장하는 한, 국내적 테러는 끝이 아니고 단지 시작일 뿐이다.

이슬람을 “한 손에 코란, 한 손에 칼” 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이 말은 중세의 십자군 전쟁이 후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 가운데 서구에서 만들어진 말이라고 한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을 이번 총기사건을 계기로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총”이라고 비유하고 싶다. 미 국민의 47% 가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만큼 미국에서는 국민의 반 정도가 한 손에 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 국민의 50% 이상이 기독교를 떠난 지금, 한 손에는 성경마저도 떠난 상황이 되었다. 만약 미국이 아직도 한 손에 성경을 잡고만 있었더라도 이런 끔찍한 참사는 생기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현재의 미국을 제대로 묘사한다면 “한 손에 권총, 한 손에 자동소총” 이 맞지 않을까…

미국에서 총기 소유는 헌법상의 권리 중의 하나이다. 수정헌법안 10조항 중에 두번째 수정안은 “자유 국가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선언하고 있다. 미 대법원은 2008년 헬러 케이스(District of Columbia v. Heller)에서 권총소유를 금지한 DC법안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총기소유가 헌법에 보장된 권리임을 재 천명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은폐 가능하고 위험한 무기에 대해서는 주 정부가 상당한 규제를 할 수 있기에 총기소유의 권리가 절대적인 권리가 아님을 시사하였다.

따라서 정당방위나 사냥등 레저의 목적을 벗어난 군사용 대용량 탄창이나 대량 학살 자동 소총등의 판매와 소유는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기대할 때가 되었다. 또한 총기소유의 권리가 잘못된 총기문화를 낳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총기규제에 대한 새로운 입법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

이제 위정자들이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보다는 국민의 안녕과 안전을 위해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순수한 어린아이들이 남겨 놓고 간 교훈에 대해 미 의회와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움직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어린아이들 같은 사람들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이기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는 ‘철부지 아이’(Childish) 같은 사람과 자신 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며 이타적인 사랑을 추구하는 ‘순수한 아이’(Childlike) 같은 사람이 있다.

예수는 “순수한 아이(Childlike) 같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런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어린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고, 돈과 권력만 추구하는 위정자와 기업가들은 ‘철부지 아이’ 같은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생각컨대, 이번 총기 난사 사건으로 천국에 간 어린아이들이 가장 무서워 했던 것은 자동 소총이 아니라, 아마 천국가기를 포기한 “이기적인 정치”가 아닌가 싶다. 반면에, 추모사에서 총기 난사범의 가족에게도 위로를 함께 나눈 여섯살의 딸을 잃은 아빠는 분명 ‘순수한 아이’ 같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세상이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그것은 경제의 불경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불경기때문일 것이다.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 마음을 내려 놓고, 이제는 나눔을 베푸는 넉넉한 마음을 통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

“한 손에 성경, 한 손에 평화” 를 깨닫게 해 준 고귀한 희생자 어린아이들과 이번 크리스마스를 함께 나눌 때, 그들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