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를 보내며

럭키를 보내며

나의 애견 럭키가 죽었다.
럭키는 지난 15년간 아침을 깨우는 운동 선생이었고, 내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진돗개였다. 친구가 뉴저지에서 귀한 한국산 진돗개를 구했다며 우리에게 선물로 준 녀석이었다.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 있기만 해서 운동량이 턱없이 부족한 나를 아침이면 어김없이 계단 아래 앉아 기다려주던 럭키다.

내 광고 모델로 활약해 주었고, 내 책이나 수필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럭키가 다리에 종양이 발견되었을 때도 죽는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었다.
지난 목요일 저녁, 탁구장에서 연습을 하고있는데 아내에게 전화를 받았다.
럭키가 갑자기 몸을 떨면서 신음소리를 내고 있다고 했다. 서둘러 집에 돌아오니, 럭키는 여느때나 다름없이 나를 문앞까지 마중나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였다. “럭키가 이제는 괜찮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움직일 수 없는 상황속에서도 주인인 나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자 죽을 힘을 다해서 다가온 것이였다. 럭키의 그런 충성은 곧 사랑이였기에 더 오래동안 작별인사를 나누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아침 일찍 내려오니 계단 앞에 앉아 나를 기다려 주어야 할 럭키가 보이지 않는다. 가슴이 철렁하여 소파에가 “럭키야, 럭키야”를 부르며 귀를 만지니 귀가 단단해진 것을 느낄수 있었다. 앞으로 뉘여보니 럭키는 죽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지며 앞이 캄캄해 짐을 느꼈다.

럭키를 안고 뒷뜰로 나가는데 갑자기 꿈이 생각났다. 어제 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럭키가 죽어 묻어 주려하니 뒷뜰 한쪽 구석에 머리를 동쪽으로 향해 묻어주었던 것이 생각난 것이다. 럭키를 내려놓고 그 곳으로 가보니 그 곳은 두 나무 사이에 가려져있고 뿌리가 많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 옆을 보니 햇볓도 잘들고 공간도 제법 넓은 곳이 보이길래 그 쪽에 구덩이를 파기로 결정하고 어설픈 삽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곳은 생각과는 달리 뿌리가 너무 많이 서로 엉켜져 있어서 구덩이를 팔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꿈에 보였던 곳으로 가 삽질을 하니 신기하게도 그 곳은 뿌리도 없고 돌도 없어서 구덩이를 파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럭키는 죽는 순간에도 이 부족한 주인을 위해 자기가 묻힐 자리를 미리 알려 준 것이다. 부모님에게 럭키의 죽음을 알려드렸더니, 럭키처럼 자면서 편안하게 죽을 수 있는 축복을 위해 기도하셨다고 한다.

럭키가 떠난 후, 아침에 습관대로 일어나 럭키를 찾아보니 그 어디에도 럭키는 보이지 않았다. 슬픈 마음에 럭키가 묻인 곳에 가서 “럭키야! 오늘은 내가 너를 찾는구나. 같이 산책하자구나” 하며 럭키의 목줄을 붙들고 혼자 공원으로의 산책을 나섰는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때문에 앞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살아 있었을 때는 럭키가 나에게 먼저 다가왔지만, 이제는 내가 럭키에게 먼저 다가가니, 살아 생전에 더 가까이 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혼자 공원을 넋잃은 사람처럼 걷고 있는데, 얼마 전에 털갈이를 했던 럭키의 털을 발견했다. 그렇게 꼴보기 싫었던 털이였지만, 그 버려진 털을 럭키의 마지막 유품으로 가지고 왔다. 살아 생전에는 쓸데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럭키가 죽고나니 그 모든 것이 소중하고 남기고 싶은 것이 되고 말았다. 럭키는 살아서도 그리고 지금은 죽어서도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우쳐 주는 선생이 되어 주고 있다. 사람도 그러기 쉽지 않은데, 힘들고 아플 때에도 아무 말없이 순종하고 충성했으며 내 건강을 위해 애써 준 럭키를 언제나 내 마음 속에 품고 있을 것이다.

럭키야, 고맙다. 잘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