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텍 희생자를 추모하며

이스라엘에서 전화가 왔다. 그곳에서도 버지니아 텍 총기 난사 사건이 탑 뉴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세계의 관심사가 된 미국 사상 최악의 총격사건 범인이 한국인이란 사실 때문에 우린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충격은 어느덧 미 동포사회의 이미지 실추와 테러를 우려하는 공포로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7일 한인이 주최한 희생자 추모 예배에 참석했다. 페어팩스 카운티 정부 청사에서 개최된 추모 예배 중 지역 정치인들의 연설 내용에 귀가 쏠렸다. 페어팩스 군수와 미 연방 하원 의원은 추모사에서 “이번 사건은 한 개인의 사건이지, 한인사회의 사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는 그 누구를 책망하지 않으며, 이러한 범죄는 어떤 인종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한인들을 오히려 안심시켰 주었다.
그러면 과연 우리는 왜 미리 겁을 먹고 있는 것인가? 문제의 원인은 미국에서 우리 스스로를 고립하려는데 있다. 우리 한인들이 이번 사건을 우리와 그들(us v. them)의 문제로 보기때문에 스스로 보복 가능성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한 마디로 인종 문제가 아니가. 그리고 사건을 미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 데 심각성이 있다.
만약 한국에서 백인 학생이 한국 학생을 총으로 사살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 반미 구호에 촛불 시위를 거창하게 벌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모름지기 우리는 자신의 일에는 관대하면서 남에는 비판적 성향이 있는 듯 싶다. 남의 잘못을 쉽게 용서하지 않으려는 국민정서가 우리 스스로를 인종 차별주의자로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인종 차별적 성향이 우리를 스스로 고립시키는 것이다.
버지나아 텍 참사를 계기로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는가?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따라서 이민자가 미국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미국을 비난하거나, 한국을 비난할 때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미국 사회의 구성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미국 주류 사회에 참여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어리석음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학교나 병원 등 미국 공공단체에서 자원봉사를 본격적으로 펼칠 때가 됐다. 영어가 안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이제 내려 놓자. 모두 열린 마음으로 미국 사회에 동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지껏 그렇게 하지 못한 나 자신부터 반성해 본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가 한국과 미국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왜냐하면 미국은 우리가 선택해서 온 나라이기 때문이다.
많은 한인들이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행을 결정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만큼이나 가정의 중요함도 새삼 깨달아야 한다. 자녀와 질적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해 가정이 깨질때, 자녀의 교육마저 헛수고가 됨을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생각케 한다.
미국 사회에 한인들은 부지런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한 의지의 이민자란 긍정적 이미지를 심는데 무려 십수년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맛사지 팔러라든지, 이번 총기 사건과 같은 잘못은 하루 아침에 한국인의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다. 지난 일은 앞으로 우리가 베스트가 되기 위한 교훈이었을 수도 있다. 의기소침 하지 말고, 더욱 힘을 내야한다. 그리고 “돈 가는데 마음 간다”는 말이 있듯, 희생자 가족을 돕는 모금에 적극 참여해 미국 사회와 하나 됨음 보여 줄 때다.
이번 총기 사건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재정비하여 미국사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한인사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