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빈민가의 빵퍼
남의 고통과 배고픔을 남의몫으로 여기지 아니하고 지난 7년간 꾸준이 빵을 퍼주는 오향숙씨를 만나보았다.
그녀의 어린시절 한때는 길거리에서 동냥하던 할아버지 그리고 구두닦던 오빠,언니들 손에서 자랐던 때가 있었다. 어린시절 삶이 평탄하지 않았던 그녀는 자기의 삶이 저주 받은 인생인가하며 좌절했던 시간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불쌍한 사람만 보면 남의 일로 여겨지지 않았고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슬픈자와 함께 울어주고 고통받는 자와 함께 고통을 같이 해보겠다는 그녀의 마음은 언제나 고통받고 슬퍼하는자들을 찾아 다녔다.
어린시절 도움이 필요했던 시절, 거지요 구두닦이였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그녀의 마음속에는 늘 감사가 있었다. 어린시절 그들의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미국으로와 볼티모어에 정착해 살면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다보니 노숙자들과 도시 빈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느날, 잠자리에 들어 조그만 밴에 음식과 음료수를 가득 싣고 그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꿈이였는데도 너무 기뻐서 구름 위를 걷는 듯, 하늘을 나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배고픈자가 배고픔을 알고 뼈아픈 고통을 당한 자가 고통의 참 의미를 안다고 했던가?
배가 고파보았고 길거리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어떤건지 체험했던 오향숙씨는 그들의 배고픔과 고통이 결코 남의 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어둡고 괴로웠던 과거를 되돌아보거나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도리여 지금의 행복으로 과거를 포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 자신도 변호사 일을 하면서 보통은 유료로 도와주지만 때로는 무료로 도와주기도 하고 한다. 그러나 무료로 도와주는 분들이 감사하기보다는 도리여 유료로 도와준 분들이 감사하며 찾아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지난날 어려운 시절을 돌아보며 자기에게 베풀어 준 이들에게 감사하기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난 잘 안다.
오향숙씨가 용기를 내어 처음 찾아간 다운타운 노숙자들은 그저 한두번 오다 말겠지하고 시쿤등하더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찾아가 음식과 음료수를 제공하니 어느날 부터는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배식을 받고 그냥 돌아가 밥만 먹던 그들이 이제는 텐트 치는것을 도와주고 뒷정리를 도와주는어엿한 동역자가 되었다. 처음에는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실수를 하기도 하였다. 다운타운의 무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는데 그곳을 경비하는 분이 와서 이곳은 유명 관광지이고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 되니 하지말라는 경고를 받기도 하였고, 또 한번은 시청앞 무숙자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었는데 그곳에서도 같은 이유로 쫒겨나고 말았다.
무조건 돕고싶다는 마음으로 앞뒤 생각안하고 갔지만 뒤에 생각해보니 그분들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운타운이나 시청은 볼티모어의 얼굴이요 관광지인데 생각이 짧았다는 후회를 한적도 있다. 이제는 그녀가 가야할 곳과 피해야 할 곳을 알만큼 경력이 쌓였다. 직장도 그만두고 이일에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적인 남편의 이해와 도움이 있었다. 아내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같
이 행복해하고 뒤에서 도와주는 절대적인 후원자가 된 것이다.
월요일에는 200인분을, 수요일에는 100인분을, 금요일에는 100인분의 음식을 만들어 배고픈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나간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먹기좋은 샌드위치가 그들을 기다리고 겨울에는 뜨거운 국물이 그들을 반겨준다. 그녀가 준비한 음식으로 행복하게 웃으며 밥을 먹는 그들을 바라보며 진정한 행복을 느낀다고한다.
이제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그중 몇사람은 빵을 먹고 전 재산인 1불을 주고 가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가짜 플라스틱 목걸이나 팔찌를 선물하기도 한다. 한번은 한국 분이 계속 와서 밥을 먹고 갔는데 얼마 뒤에 거리 생활을 청산하고 정부 아파트를 얻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볼티모어에 뜻하지 않은 폭동이 일어나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하고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녀의 사랑의 빵퍼도 잠시 중단되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배고파 하는 그들의 얼굴로 걱정스럽고 안쓰럽다. 보이지 않는 한흑간의 갈등이 이런 빵퍼의 사랑으로, 혹은 그들을 안아주고 소통하며 친구가 되어 준다면 이 갈등 또한 없어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사심없는 유띵킹이 큰 일을 해내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