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바꾸면, 통일이 보인다
미국의 공식 명칭은 ‘미 연방합중국’이다. 즉 50개 주가 합쳐서 하나의 미국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미국이 남북전쟁으로 갈라지고 또한 50개 주를 하나로 뭉치게 한 것이 바로 헌법이다. 미국의 통일은 헌법으로 이루어졌다. 50개 주가 자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바탕을 둔 헌법으로 하나될 수 있었다. 즉 통일은 헌법의 통일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국 헌법을 일컫어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한다. 즉 “법의 지배”가 아니라 “사람의 지배”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통일 한국은 남북한 어느 곳이나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적용 될 수 있도록 헌법 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 독일이 통일 할 때 서독의 헌법을 기준으로 했듯이, 완전한 통일은 남한의 민주적인 헌법을 기준으로하여 남북한이 하나로 통합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통령제의 모델인 미국의 대통령제와 한국의 대통령제가 어떻게 다른지 분석한 후 통일 한국을 위한 헌법 대안을 제시하기로 한다.
한국식 대통령제는 막강한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어 제왕적 대통령제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기 위해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한다. 대통령은 ‘외치’를, 국무총리는 ‘내치’를 맡는 형태이다. 그러나 분권형 대통령제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왜냐면 핵심은 대통령의 권력을 쪼개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쪼개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헌법은 엄격한 삼권분립원칙하에 대통령을 견제한다. 미 의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권’을 가지고 대통령을 직접 견제한다. 그러나 한국 헌법에 의하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결정권’은 국회에 있지 않고, 따로 설립된 헌법재판소에 있다.?미 사법부가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은 위헌법률심사권이다. 즉 대통령의 행정적 집행이 헌법에 위반될 경우, 위헌판결을 내려서 무효화 시키면서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다.?그러나 한국의 헌법에는 사법부에 위헌법률심사권이 있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다.
즉 미국에서는 삼권분립의 원칙에 의해 대통령을 견제하는 권한이 입법부(국회)와 사법부(대법원)에 각각 있으나, 한국 헌법에는 삼권분립에 의한 견제는 없고, 단지 헌법재판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처럼 한국 헌법에서는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권력의 노른자가 전부 헌법 재판소에 귀속돼 삼권분립이 아니라 사권분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입법부와 사법부가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처럼, 탄핵소추 결정권을 입법부(국회)로 옮겨야 하고, 위헌 법률 심사권은 사법부(대법원)로 옮겨야 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가지고 있는 ‘정당해산 결정권’도 사법부로 옮겨야 한다. 굳이 헌법재판소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미 연방 대법원처럼 ‘위헌 법률 심사권’ 하나만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미 연방 대법원 판사의 임기는 종신제이듯이, 한국의 헌법재판소 재판관도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신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격한 ‘삼권분립의 원칙’과 ‘견제와 균형의 원칙’의 도입만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칠수 있는 대안이다. 이런 큰 뜰 속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 부통령제, 대통령의 법률안 제출권 삭제, 감사원 대신 국회 산하 회계 감사원(미국의 GAO) 신설 등 다양한 이슈를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에서는 의원내각제로 개헌을 하고자 하나, 아직도 제대로 된 대통령제를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은 옳바른 대통령제를 구축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한국 헌법이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하여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것인 만큼 삼권의 권력구조에 대한 재조정이 시급하다.
‘지연된 정의는 거절된 정의이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라는 법언대로, 정의로운 헌법으로의 개정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앞당기게 한다. 헌법 개정은 오늘을 사는 우리 세대뿐 만 아니라 앞으로 다가 올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다. 이는 다음 세대가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결국 민주적인 헌법을 만드는 것이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