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선천적 복수국적 무엇이 문제인가?’ 라는 제목하에 김성곤 전 의원이 주최한 정책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그때 나는 주 발제자로 발표를 한 뒤 김 의원은 개정법 제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결국 그는 개정법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최근 재외동포재단 김성곤 이사장이 워싱턴을 방문했다. 그는 “유대인의 경우 매년 5만명 이상이 이스라엘을 방문하고 있지만 한인들의 모국연수는 1천명에 불과하다”면서 한인 2세의 모국 방문에 대한 한인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럼 과연 김 이사장은 한인 2세들이 모국 방문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 즉, 불합리하고 잘못된 선천적 복수국적 제도 때문에 한인 2세 남성은 병역 문제로, 여성은 복수국적 문제로 모국을 등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한국 정부나 국회에서 헌법에 위배되는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규정을 바꾸지 않아 할 수 없이 8년간 7차의 헌법소원으로 시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로 2020년 9월에 5차 헌법소원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반쪽 승리였다.
5차 헌법소원에서는 두가지 쟁점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 첫째는 7-2 로 승소한 결정으로 남성의 경우 만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병역의무를 해소하기 전에는 38세까지 국적이탈을 불가능하게 만든 현행 규정이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국적이탈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국적이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판단했다. 홍준표 법이 통과된지 15년 만에 헌법재판소가 전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바로 이 결정문 때문에 현재 법무부는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7-2로 패소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는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선행조건으로 출생신고를 먼저 해야하는데 이는 부모의 의무라고만 단정하고 국제 결혼이나 이혼 등으로 인해 출생신고 자체가 불가능하여 국적이탈을 할 수 없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을 내렸다.
출생신고를 하려면 엄마나 아버지 혼자 할 수 없고 반드시 양부모에 대한 인적 사항이 필요하기에 출생신고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국적이탈 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에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법률’ 의 모순을 파악하지 못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즉, 국적이탈을 위한 불필요한 절차진행을 강요하는 것은 국적이탈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을 바로 잡지 못했다.
바로 이 잘못된 두번째 결정때문에 여성을 통해 제 7차 헌법소원을 제기하여 국적이탈의 자유는 부모가 아닌 선천적 복수국적 한인 2세 본인의 기본권이므로 부모의 대리에 의한 국적이탈은 자기 결정권의 침해라고 강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사전 심사를 한달만에 통과시켜서 올 9월 본안 심리로 넘어간 상태이다. 5차 헌법소원의 본안 심리 결정이 나오는데까지 4년이 걸렸는데 이번 결정은 언제 나올지 미지수이다.
아쉬웠던 것은 헌법재판소는 5차 헌법소원에서 두가지 쟁점을 모두 인정하는 위헌 결정을 내려 현행 선천적 복수국적 규정을 무효화 했어야 하는데, 일부만 인정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현재의 부당한 법은 국회에서 새로운 개정법이 통과될 때까지 유효하게 남아 있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국회는 내년 9월 30일까지 선천적 복수국적 남성에 대한 국적법을 개정하여야만 한다. 걱정되는 것은 법무부안대로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로 추진한다면 허가를 해 주어도 국적이탈이 불가능한 사례가 있다는 법적 현실을 헌법재판소처럼 무시하는 실수를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이다.
이번 7차 헌법소원의 사전 심사를 통과시킨 헌법재판소도 이제는 ‘국적이탈의 불가능 사례’에 대한 법적 쟁점을 인정한다고 볼 수 있는 바, 이번 기회에 홍준표법 이전으로 돌아가 ‘국적자동 상실제도’를 다시 부활하여야 한다.
이것이 한인 2세의 미 공직과 정계 진출을 보장하고 또한 모국 방문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대인처럼 디아스포라에 부응하는 올바른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대체입법이 하루속히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
<전종준 / 변호사, VA>